1950년대 농지개혁 과정에서 서울 강남 일대 땅을 빼앗긴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해 400억 원대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광만)는 18일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정부 책임을 70%로 인정해 487억 원 배상 판결을 내린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정부 책임을 60%로 제한해 417억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봉은사는 1950년대 단행된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사들였던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 가운데 748평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정부는 당시 농지로 이용할 땅을 매입한 뒤 경작자에게 분배되지 않은 땅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공무원 백모씨와 김모씨는 농지소표와 상환대장을 허위로 작성해 봉은사 땅 소유권을 제3자에게 이전했다. 두 사람은 서류 조작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봉은사는 땅을 되찾기 위해 명의상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유권이 넘어간 지 한참 지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봉은사는 이후 삼성동 땅 240여 평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정부가 8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봉은사는 대치동과 삼성동 땅 총 748평에 대해서도 추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정부 책임을 70% 인정하고, 48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원소유자인 봉은사에 환원됐다고 봐야 하지만, 공무원들이 분배·상환이 완료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정부는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선 정부가 토지 처분과 관련해 이득을 얻지 못했음에도 지가 상승으로 상당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정부 책임을 6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