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최초로 호주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에 참가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우방 10개국과 군사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자리다.
호주는 중국이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이라고 경멸하던 국가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미국, 영국과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맺고 핵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봉쇄전략으로 경계하는 중국과 여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따라서 한국 공군이 호주로 날아가 연합훈련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라 볼 수 있다.
18일 공군에 따르면, 29일부터 내달 7일까지 호주 다윈ㆍ앰벌리 공군기지에서 실시되는 ‘2022 피치블랙’ 훈련에 KF-16 전투기 6대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1대, 그리고 13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할 예정이다. 피치블랙 훈련은 호주 공군이 역내 안보와 우방국 간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격년제 훈련으로 올해는 10개국 100여 대 항공 전력이 참가한다. 이외 참관국도 7개국에 달한다. 공군은 2010~2018년 5회에 걸쳐 훈련을 참관했지만, 직접 참가하는 건 처음이다.
공군은 특히 이번 훈련에 맞춰 '한국군 단독'으로 공중급유 임무를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그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레드플래그 훈련 등에 참가할 때 공중급유에 나섰지만 당시는 미군이 지원한 방식이었다.
훈련 내용보다 더 큰 관심은 서구 주도 훈련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경계할지다. 이를 놓고 중간 기착지 필리핀이 거론된다. 우리 공군은 호주 북부 다윈으로 향하는 최단거리 대권항로에서 미세하게 벗어나 필리핀 클라크 공항에 중간 기착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견제하려 필리핀을 찾아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하고 양국의 동맹 관계를 강조한 곳이다. 이에 우리 공군이 필리핀을 거치는 것을 놓고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호주는 최근 군사적 ‘밀월'이 부쩍 잦아졌다. 올해 정권교체로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가뜩이나 호주는 중국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국가다.
이달 초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종섭 국방장관을 호주로 초청해 한화디펜스가 호주 질롱에 건설하고 있는 K-9 자주포 공장 부지를 시찰한 바 있다. 지난 6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열린 한·호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 내 주요 협력국’을 거론하며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조했다. 호주 공군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피치블랙 훈련 참가국을 소개하면서 "한국과 독일, 일본이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