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행동 변화가 없는 한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합의 이전이라도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부분 면제할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과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담대한 구상에도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이 근본적 행동과 본질적 접근법을 바꾸지 않는 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윤 대통령이 말한 바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의 길을 열겠다는 한국의 목표를 지지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8ㆍ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위해 윤석열 정부와 계속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했다.
다만 미국은 제재 완화에는 계속해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특별한 이의 제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워킹그룹 등 실무 협의체 구상은 얼마든지 생각해 볼 만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프라이스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대북제재가 비핵화 협상 초반에 완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행히도 현 시점에서 전적으로 가설적인 질문”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협상 초기, 북한 광물을 식량, 의료장비와 교환하는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프로그램’이라는 담대한 구상의 내용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의소리(VOA)는 유엔 안보리 관계자를 인용, “광물과 희토류 등 북한의 제재 품목을 대가로 식량과 의료장비 등 비제재 품목을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제재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담대한 구상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과 미국의 공조가 전제돼야 하는데 어느 한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서해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가하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대량살상무기 폐기나 정치범 전원 석방 같은 전제조건 이행이 필요한데 북한이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