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로 열이 38.5도까지 올라 아버지가 기권을 권유했는데, 출전하기를 잘했네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7년차 이기쁨(28)이 보기없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생애 첫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기쁨은 18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첫날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쳐 리더보드 맨 윗줄을 차지했다.
완벽한 경기였지만 사실 이날 이기쁨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대회를 하루 앞둔 17일 몸살이 나면서 체온이 섭씨 38.5도까지 올랐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기쁨은 "오늘 아침까지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버지가 '기권하자'고 했는데, 최근 샷감이 좋아서 기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쁨은 "오늘 타수를 더 줄일 수 있었는데 아깝게 놓친 버디 퍼트가 몇 개 있다"면서 "그대로 기권하지 않길 잘했다"고 기뻐했다.
66타는 이기쁨이 이번 시즌 들어 적어낸 가장 '낮은 타수'다. 그는 이번 시즌에 60대 타수를 친 게 9차례 밖에 없을 만큼 그 동안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올 시즌 18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9번이나 컷 탈락했다. 7월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올린 9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이다.
상금랭킹 66위(6,809만원)에 그친 그는 "올해가 컨디션이 가장 안 좋았다. 컨디션이 안 올라오다 보니 샷도 잘 안되고 집중력도 흐트러졌다"며 "그래도 하반기부터는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기쁨은 그린을 단 두 번밖에 놓치지 않았다. 17번 홀에서 110m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에 굴러 들어가 이글이 된 건 보너스였다. 이기쁨은 "캐디가 105m라 생각하고 가볍게 치라고 조언했다. 핀을 보고 쳤는데 그린 엣지를 맞고 홀에 그대로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8년 한 해를 빼고 2015년부터 7년 동안 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기쁨은 "사실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해마다 시즌을 보냈다"면서 "위기가 있을 때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결과를 생각하기 전에 죽기 살기로 경기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이 우승없이 KLPGA투어 139번째 출전인 이기쁨은 "오늘처럼 또박또박 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코스는 페어웨이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퍼트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샷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유해란(21)과 오지현(26) 이효린(25) 안선주(35) 고지우(20) 등이 5언더파 67타 공동 2위로 이기쁨을 추격하고 있다.
단일 대회 3연패 도전에 나선 임희정(22)은 2오버파 74타로 부진해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시즌 4승에 도전하는 박민지(24)는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