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EBS가 달라졌어요

입력
2022.08.22 07:14
과거 교육적 이미지 강했던 EBS, 새로운 노선 창출
펭수와 '딩동댕 대학교'로 Z세대 간 공감대 형성


EBS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소비층이나 타겟도 과거와 다른 전략을 선보이는 중이다. 주력이었던 교육 콘텐츠에 트랜드를 더하면서 MZ세대를 잡았다. EBS의 젊은 제작진이 주축이 된 후 '자이언트 펭TV'와 '딩동댕 대학교'가 연달아 흥행을 터트렸다. 새로운 노선을 택한 EBS, 신선한 발상이 이들의 무기다.

지난 2020년 EBS는 연습생 캐릭터 펭수를 출시한 후 신드롬을 야기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은 17일 기준 189만 명을 보유할 만큼 여전히 인기가 뜨겁다. 지난 5월 공개된 EBS 전 사장 김명중과의 만남을 담은 에피소드는 조회수 186만 회를 기록했다. 또 지난 6일에는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첫 팬미팅 '팔월愛'를 개최했고 3천여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반짝 유행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깬 성과다.

펭수, 기존 캐릭터와 달리 자신의 욕망 추구

남극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펭수의 독특한 세계관은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었다. 펭수의 행보는 EBS가 새로운 길을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자체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예능, 광고 촬영에 나서면서 입지를 확장시켰다. 펭수를 만든 이슬예나 PD에 따르면 펭수의 인기는 기존 캐릭터와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목이다. 이슬예나 PD는 한 강연에서 "많은 캐릭터가 지구를 살리고 싶은 대의를 따르지만 펭수는 자신의 욕망으로 움직인다"면서 캐릭터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펭수가 권력에 굴하지 않고 팬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부분도 색다름을 자아냈다.

EBS의 새로운 IP, '딩동댕 대학교'

펭수에 이어 새로운 IP가 된 웹 예능 콘텐츠 '딩동댕 대학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펭수가 전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면 '딩동댕 대학교'는 정확하게 어른들을 상대로 공략했다. '자이언트 펭TV' 초기 기획 멤버들인 이슬예나 박재영 박재현 PD와 염문경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딩동댕 대학교'는 지금의 MZ세대라면 유년 시절 보며 자랐을 '딩동댕 유치원'을 전신으로 삼았다. '딩동댕 대학교'는 '어른이'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채널 구독을 통해 입학할 수 있는 신개념 온라인 대학교다.

과거 딩동댕 유치원 오디션을 봤지만 너무 성숙한 탓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코끼리 '낄희' 교수와, 만년 대학원생 부엉이 '붱철' 조교가 '딩동댕 대학교'의 시그니처다. 여기에는 펭수 열풍을 만든 제작진의 노하우가 톡톡히 담겼다. 에피소드의 주제 역시 '딩동댕유치원'의 주제를 재해석했다. "배운 대로 이를 열심히 닦았더니 잇몸이 내려앉은 서른"으로 대변되는 성인들에게 '약한 잇몸을 위한 양치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웹 예능이지만 교육성 잃지 않아

많은 이들이 펭수와 붱철 등 새로운 흐름을 두고 흥행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지기도 했다. 이슬예나 PD도 예능 색채가 짙은 콘텐츠를 두고 내부의 지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자이언트 펭TV'와 '딩동댕 대학교' 모두 기저의 색채를 잃지 않았다. 성인을 상대로 삼았기 때문에 연애를 소재로 다룬 '연애톡강' 등이 주 콘텐츠인데 EBS 특유의 교육성도 내재됐다. 가상의 인물을 휴대폰 속 메신저 대화, SNS 이야기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건강한 자존감과 관계 맺기에 대해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익적 성격이 담겼다. 대학원생부터 직장인 등의 사연을 받으면서 구독층을 한정 지었고 '딩동댕 대학교'의 특징을 고조시키는 효과가 됐다. '연애의 참견' '마녀사냥2022' 등 주로 상담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시청자 사연 코너는 특정 세대의 유대감, 결속력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면서 고정 팬층으로 만든다.

아울러 또 다른 코너 '교양강좌'를 통해 MZ 세대가 궁금해하는 소재와 사회적 이슈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특정 세대를 위해 EBS는 기꺼이 그들을 위한 플랫폼이 됐다. 뉴미디어 콘텐츠의 열풍이 꾸준히 불어왔다. 여기에 EBS는 Z세대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 것이다. 진정성과 소통, 또 영향력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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