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로 어르신 대피시키고·반려견도 둘러 업고… 폭우 속 인명 피해 막은 소방대원들

입력
2022.08.17 16:48
강릉 장덕리 시간당 70㎜ '물폭탄'
신속 출동 고립된 주민 25명 대피

소방당국의 빠른 대처로 17일 새벽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17일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10분쯤 주문진읍 장덕2리 마을에 내린 폭우로 인해 인근 하천이 범람했다. 시간당 최대 70㎜로 추산되는 '물폭탄'은 곧장 하천 옆 주택 10채를 덮쳤다. 이 마을을 20년 전 태풍 루사로 전체가 쑥대밭이 됐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마을이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당국은 대원 34명을 장덕리로 급파했다. 장비 17대로 함께 배치해 구조에 나섰다. 폭우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강릉소방서와 강원소방본부는 환동해특수대응단과 양양소방서 대원까지 투입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불어난 물로 승용차에 고립된 주민 1명 구조를 시작으로 거동이 불편해 움직이지 못하고 집안에 머물러있던 어르신을 의자 앉혀 구조했다.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주택에 남아 있던 반려견도 둘러 업고 주인의 품으로 돌려줬다.

대원들은 이렇게 이날 오전 3시 40분까지 장덕리 주민 25명을 마을회관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강릉소방서 현장통제단은 시청으로부터 굴착기를 지원받아 하천변 공간을 확보하고, 한국전력공사와 협력을 통해 감전 위험을 제거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윤상기 강원소방본부장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집중호우에 대비해 출동태세를 갖추고,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한편 장덕2교 인근 하천이 범람해 도로가 끊기고 장덕리 주택 10여 가구와 1ha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정확한 피해 현황을 조사 중이다.

강원지방기상청은 "북동풍과 남동풍이 수렴되면서 비구름대가 형성된 후 기류를 타고 해안을 지나 내륙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산으로 둘러싸인 주문진 장덕리 지역으로 깊숙하게 유입돼 지형에 의해 정체하면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박은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