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섭섭남 된 강태오 "어머니 위해 광고료 플렉스 "

입력
2022.08.29 23:01
강태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인터뷰

배우 강태오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야말로 '완벽한' 캐릭터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자의 고민은 제법 깊었다. 또 달라진 인기에도 의연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침착하게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강태오였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강태오는 본지와 만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우영우'는 엉뚱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상 속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겪는 성장기를 다뤘다. 특히 장애인의 사랑과 권리,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담아냈고 여기에는 이준호를 맡은 강태오의 열연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날 인터뷰 직전 '우영우'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자연스럽게 강태오에게도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다만 시즌1이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에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우영우' 주역들은 모두 입을 모아 신드롬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태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하지 못했던 인기에 행복한 8주를 보냈다는 강태오다. "이 기쁨과 감사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저라는 사람을 많이 알렸으니 감사하죠. 저는 '우영우'를 마치고 쉬었다 오겠지만 저를 끝까지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철든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간 다양한 콘텐츠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을 그렸다. 하지만 강태오는 '우영우'를 다른 시선으로 접근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가 아닌 인간 우영우를 존경하고 또 자연스럽게 감정을 키우게 된다는 전사로 인물을 만들었다.

강태오는 '우영우'를 통해 '국민 섭섭남'으로 등극했지만 입대하는 마음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알렸고 또 좋은 작품과 배우들을 만났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 뿐이란다. 오히려 강태오는 "아쉬움을 가지면 밑도 끝도 없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아울러 "섭섭한데요"라는 대사가 이슈가 될 줄 몰랐다는 강태오는 "'섭섭남'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다. 키스신은 어려웠다. 준호처럼 스윗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끝까지 답을 내지 못해서 현장 분위기와 박은빈 배우와 합을 맞추면서 맞춰야 했다"면서 명장면의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함께 호흡한 박은빈은 어떤 연기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태오는 "또래지만 확실히 경험치와 노련함이 대단하다. 저도 준호 대사만큼 영우 대사를 본다. 영우는 어떻게 소화를 할까. 혼자서 이끄는 장면이 많다. 항상 빠짐없이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 유지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다"면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유연한 현장 분위기는 좋은 장면들을 남겼다. 극 후반 패닉에 빠진 우영우를 이준호가 뒤에서 안아서 진정시키는 그림은 실제로 강태오의 아이디어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공부하던 도중 뒤에서 힘을 줘 압박을 가하는 진정 방법을 알게 됐고 직접 유인식 감독에게 제안하면서 완성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단번에 각인시켰고 전성기까지 맞이했지만 배우 본인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스스로 돌아봤을 때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태오의 전사나 주 에피소드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지만 항상 한바다 로펌의 사건들이 진행될 때 묵묵히 뒤를 따르고 또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모습들이 강태오에게는 어려움으로 남았다. "촬영하면서도 감독님에게 준호가 어려웠고 낯설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재도전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도 준호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시 한다면 더 멋있는 준호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대사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오롯이 눈빛만으로 표현해야 했고 또 시청자들에게 준호의 마음을 납득시켜야 하는 숙제도 있었다. 작위적이지 않은 다정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강태오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작품 내내 단점보다 장점만 더 부각됐던 캐릭터 설정도 그에게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긴 시간 배우가 작품과 인물에 집중한 만큼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제게 '우영우'는 앞으로 더 잘 하라는 경각심을 줬습니다. '더 잘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채찍질을 하게 됐어요. 스스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또 최대한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죠. 모니터링할 땐 불안해서 감독님에게 피드백을 요구하기도 한다. 저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거나 판단이 흐려질 것 같거든요."

강태오는 지난 2013년 드라마 툰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후 9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서강준 공명 이태환 유일과 5인조 배우 그룹으로 활동했는데 선발주자로 활동의 지평을 확장시킨 멤버들이 좋은 이정표가 됐다.

당시를 돌아보던 강태오는 "무명 시절이 힘들었다기보단 '나도 언젠가 열심히 하다 보면 때가 오겠지' 했다. 저는 워낙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다. 대중이 언젠간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저는 가늘고 길게 추구하는 방향이다. 사실 부럽긴 했다. 그땐 나도 맛있는 것 사면서 플렉스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화보부터 광고까지 그를 찾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강태오가 어떤 플렉스를 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강태오는 "어머니가 일을 하고 있는데 편찮으시다. 제가 군대 가기 전까지 열심히 일해서 어머니 일을 그만두게 하고 싶다. 이제야 그걸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활비 플렉스'를 할 수 있다는 게 그게 너무 좋다. 어머니가 허리가 너무 안 좋으셔서 너무 맘이 아프다"면서 애틋한 효심을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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