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혁당 사건' 다른 피해자들 지연이자도 면제

입력
2022.08.14 20:34
판례변경에 초과지급 배상금 반환 의무 발생
10년 세월에 지연이자 원금 2배 가까이 불어
한동훈 "국가배상 취지 고려…억울함 살펴야"
이창복씨 이어 故전재권·정만진씨도 면제돼

정부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초과지급 국가배상금 반환과 관련해 이창복씨에 이어 고(故) 전재권씨와 정만진씨 측의 지연손해금(지연이자)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법무부는 전씨와 정씨 유족이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 사건에서 법원의 화해 권고를 최근 수용했다고 14일 밝혔다. 화해권고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내리는 합의 권고로 화해가 성립되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앞서 면제받은 이씨를 포함해 3명째로, 다른 피해자에 대한 추가 면제도 이뤄질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4년 인혁당 사건으로 이씨와 전씨는 각 징역 15년, 정씨는 징역 20년 선고를 받고 8년간 수감됐다. 이들은 2007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1·2심에서 승소하면서 배상금을 가지급받았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이 그간 배상금이 과다하게 지급됐다며 '불법행위 발생 시점'부터였던 국가배상 지연이자 계산 기준을 '사실심 변론 종결 시점'으로 변경하는 판결을 내리며 배상금이 감축됐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2013년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피해자들에겐 가지급금 일부에 대한 반환 의무가 생겼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나는 사이 피해자들은 판례변경으로 불인정된 원금에 더해, 연 20%의 지연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원금과 지연이자는 정씨의 경우 각 4억 5,000만 원에 8억 9,000만 원, 전씨의 경우 1억 9,000만 원에 3억 7,000만 원이다. 앞서 이씨 원금은 5억 원에 지연이자가 9억 6,000만 원에 달했다.

주택 등 부동산에도 강제집행이 신청되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과도한 청구액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근 각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원금을 분할납부하면 지연이자를 면제하도록 화해를 권고했는데, 법무부는 속속 수용 결정을 내리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6월 서울고검, 국정원과의 관계기관 회의에서 지연이자 면제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예측할 수 없던 판례 변경으로 초과지급 배상금 원금 외 지연이자까지 반환케 하는 건 국가의 잘못을 배상한다는 국가배상 취지, 정의관념과 상식에 비춰 가혹할 수 있다"며 "진영논리를 초월해 민생을 살피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국가의 임무를 다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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