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긴 채 포교한 이른바 '모략 전도'로 피해를 봤다며 탈퇴 신도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신천지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1일 A씨 등 신천지 탈퇴 신도 3명이 신천지 맛디아 지파 소속 서산교회와 신도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소송을 제기한 A씨 등은 "신도들이 다른 교단의 신도 또는 목사인 것처럼 자신들을 속여 신천지 교리를 세뇌시켰다"며 "자유의지를 상실한 상태로 장기간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천지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벌었을 소득(일실수입)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 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요구했다.
1심 법원은 500만 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4년간 전임 사역자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는 A씨 주장의 일부만 받아들인 것이다. 2심 법원 역시 "신천지 신도들이 다른 교단 구성원인 듯 행세해 A씨 등과 친밀한 관계를 쌓는 방식으로 선교한 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아닌 B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정식 입교 전부터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B씨는 정식 입교 6개월 후에야 신천지 입교를 인지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또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신천지 신도들이 B씨를 속인 행위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B씨는 교리 교육을 받다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멈추지 않았고 1년 6개월간 신앙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배상 등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릴 만큼, 선교 행위가 B씨의 종교선택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더불어 서산교회가 민사소송법상 피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천지 소속 지교회에는 별도 규약이 없고, 대표자도 이만희 총회장이 지명해 임명하는 구조라서, 별도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하지 않아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종교단체 소속 신도의 '선교 행위'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