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무협 판타지 드라마 시대가 열릴까.
tvN 드라마 '환혼'의 뒷심이 심상치 않다.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밀리긴 했지만 국내 넷플릭스 TV쇼 시청 순위 2, 3위를 지키며 꾸준히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청률 5.2%(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종영을 4회 앞둔 16회에 시청률 7.5%를 찍으며 상승세다. 대중의 관심이 '우영우'에 쏠려 있는 와중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환혼의 배경은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시대와 공간. 대호국의 술사들이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을 통해 여러 육체를 옮겨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호텔 델루나', '화유기',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환상의 짝궁', '쾌도 홍길동' 등의 대본을 쓴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집필했다.
여러 인기작을 쓴 홍자매가 무협 판타지물을 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신들만 받는 호텔(호텔 델루나)', '인간계에 사는 요괴(화유기)', '사고를 당한 후 귀신을 보게 된 능력(주군의 태양)' 등 전작에서 판타지적 요소를 다뤄왔고 초기작인 '쾌도 홍길동'에서 무협 요소를 시도했던 작가들이 이를 버무려 본격적인 무협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중국과 달리 국내는 무협 판타지물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환혼은 무협물의 단골 소재인 스승의 제자 키우기, 즉 '장욱(이재욱)'의 성장 서사가 중심"이라며 "여기에 지금 웹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간다거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등의 판타지를 섞는 신(新)무협 장르를 드라마에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극의 재미는 영혼을 바꾼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기인한다. 눈이 안 보이고 몸이 약한 소녀 '무덕이(정소민)'의 몸에 대호국 최고의 살수인 '낙수'의 영혼이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환혼으로, 남녀 주인공인 무덕이와 장욱의 관계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복잡 미묘해진다. 정 평론가는 "처음에는 사제 관계로, 또 주종 관계로, 그러다 연인 관계로 이들의 관계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게 환혼의 재미"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드라마평론가는 "무협물은 보통 과거를 배경으로 해 지금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기 쉬운데 '영혼이 몸을 바꿔서 영생을 얻는다'는 판타지성이 일종의 '포스트 휴먼'이라는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과 맞닿아 있어 젊은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혼은 기획 단계서 애초 파트2까지 계획돼 이미 다음 시즌 제작을 진행 중이다.
다만 무협 판타지 장르의 핵심인 극중 세계관이 다소 허술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서양에 없는 동양적 세계관에 근거한 콘텐츠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주종 관계처럼 일반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봉건적 질서가 혼재돼 있는 등 환혼만의 명확하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