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반지하 참변'은 사회적 약자 비극"... 빈소 눈물바다

입력
2022.08.10 22:45
해외서 가족 급거 귀국... 상주 맡아

“행복한 곳에서 웃으며 지내고 있어.”

10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숨진 일가족의 빈소에 숨진 홍모씨의 동생이 해외에서 급거 귀국했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는 3개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10분 넘게 대성통곡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울먹이자 빈소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이 귀국할 때까지 임시 상주를 맡던 김성원 민주노총 부루벨코리아지부장은 그제야 상주 자리를 동생에게 넘겼다.

이날 낮에는 숨진 황양의 초등학교 친구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이 보낸 조화들도 줄을 이었다.

둘째 딸 홍모(47)씨는 폭우가 쏟아진 9일 새벽 신림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48), 딸 황모(13)양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 화를 면했지만, 현재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홍씨는 면세점 협력업체에서 10여년 간 근무했고 4년 전부터는 지부 설립에 동참하는 등 노조 전임자로 활동했다. 또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발달장애인 언니, 어린 딸 등을 부양해왔다.

앞서 노조는 이날 오후 3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노조는 사고 당일 홍씨가 지인에게 구조 요청을 했지만,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천장까지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씨 가족이 참변을 당한 것은 반지하라는 열악한 구조 형태와 발달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망자들은 불시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수 시간 동안 수재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립된 상황에서 사투를 벌였다”면서 “통화량 폭주로 전화 연결도 원활하지 않았고 인력도 부족해 사고 대처에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씨 가족의 발인은 12일 오전, 장지는 경기 용인시 모처로 결정됐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