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적게 비행해야 합니다."
영국 여행사 토마스쿡의 수석 부기장이었던 토드 스미스(33)는 3년 전 항공기 조종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기꺼이 내던졌다. 이후 기후운동가로 변신했다. 최근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으로는 15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 항공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항공업 종사자라면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더 적게 비행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기후위기 관련 시위에 나설 때만 파일럿 제복을 꺼내 입는다.
스미스는 영국 공군의 에어쇼를 본 5세 때부터 조종사를 꿈꿨다. 꿈을 위해 온 가족이 나섰다. 할머니는 집을 팔아 조종사 훈련 비용을 대줬다. 비행 훈련에 15만 유로(약 2억 원)가 들었고, 아직 다 갚지 못했다. 그러나 빚 청산을 위해 다시 조종간을 잡을 순 없었다. 그는 "비행을 하고 싶은 개인적 열정을 기후위기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커다란 실존적 위협보다 우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깨달음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2018년 장염에 걸린 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종석으로 돌아가기 위해" 의사 권고대로 채식을 시작했다. 축산업이 기후와 환경을 어떻게 훼손하는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 봤고, 기후과학 도서를 탐독했다. 탄소 배출을 대가로 성장하는 항공업계의 실상에 눈이 뜨였다. 마침 토마스쿡이 파산했다. 그는 다른 일자리를 찾지 않았다.
스미스는 항공업계에 기후 파괴의 책임을 묻는 시민단체인 '세이프 랜딩'을 세웠다. 그는 "여전히 하늘에 있는 게 그립다"면서도 "항공업계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사고하고 위험을 줄여 승객의 생명을 지키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저는 그 훈련 매뉴얼을 따르고 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