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순방 중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지금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여준 국민통합의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장은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 합동 인터뷰에서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해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공식 방문 중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통합이 급선무라는 메시지로,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전 정부 수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전 정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다양한 형태의 조사가 발표되니 자꾸 분열이 만들어지고 다수당인 야당에서 비판이 나온다”며 “그런 것은 좀 뒤로 미뤄도 된다”고 말했다. 적절한 적폐 청산 시작점과 관련해 김 의장은 “6개월 정도 지나 국민들이 물가도 안정되고 성장도 회복됐다고 느낄 때 해도 된다”고 했다.
김 의장은 “필요하면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해야 하지만, 공교롭게 전부 집권 초에 몰려 있어 통합의 메시지가 약해진 것”이라며 “통합의 리더십만 발휘하면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고치는 일은 (추후) 해도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어려운 시기인데 따지고 보면 현 정부가 만든 어려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면 이건 전 세계적인 복합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외환위기와 관련해 국민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며 울먹였고 그 진정성이 금 모으기 운동 등 전체 국민을 하나로 엮어냈다”며 “(윤 대통령도)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자신이 취임과 함께 제안한 개헌과 관련해 “2024년 총선을 계기로 각 당의 선거 공약으로 서로 내놓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모아서 헌법을 고치려고 하면 또 실패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것만 모아서 총선 때 (개헌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권에 쓴소리도 했다. 김 의장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잘 수렴해서 당의 당심으로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3당 모두 그게 부족한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팬덤 정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덤 정치는 너무 극우와 극좌로 가서 국민 통합을 깨뜨리는 기제로만 작용하는 것 같은 안타깝다”며 “오랜 경험을 갖추고 국민과 많은 대화를 나눠 본 중진들이 각 당 의사 결정에 좀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