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클래식 음악계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곡을 쓰는 많은 작곡가가 활동 중이지만 공연 기획 측면에서는 상당수 프로그램이 여전히 18~19세기 음악에 치중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성을 반영한 축제를 기획했죠."
'21세기형 클래식 음악 축제'를 표방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이 16일부터 내달 6일까지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일신홀 등에서 열린다. 강경원 축제 총감독은 8일 화상(줌·Zoom)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를 반영한 새로운 자극과 휴식의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힉엣눙크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을 뜻한다. 강효 줄리아드 음대 교수가 1994년 한국 등 8개국 출신 연주자와 함께 만든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2017년 첫선을 보였다. 5회째를 맞은 올해는 6개의 메인 공연과 1개의 사전 행사로 꾸려진다. 강 감독은 "현재의 의미를 담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음악가로 인지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음악가를 알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공연에 생존 작곡가의 곡이 하나씩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축제를 위해 처음 내한하는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인 레라 아우어바흐가 대표적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뽑은 '20세기 이후 뛰어난 여성 작곡가' 리스트에 진은숙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작곡가다. 9월 4일 공연에서 자신의 곡 '슬픔의 성모에 관한 대화'를 지휘하고, 피아니스트로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을 들려준다. 29일 피아니스트 임주희 독주회에서는 아우어바흐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연주된다. 강 감독은 "아우어바흐는 강렬한 감정적 스타일의 곡을 쓰는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31일 열리는 갈라 콘서트 무대에는 2015년부터 뉴욕 필하모닉 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 첼리스트 사라 산암브로지오,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 등의 스타 연주자들이 함께 선다.
축제명에 걸맞게 동시대의 신기술과 음악을 접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티스트의 메타버스 공간에 이어 올해는 클래식 연주와 악기의 이미지를 결합한 대체불가토큰(NFT)도 발행됐다. 사전 행사로 지난 6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2 NFT NYC' 박람회를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이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코벳'으로 녹음한 연주 음원과 악기의 3D이미지를 결합한 디지털 아트를 출시했다. 강 감독은 "NFT가 아니었다면 접할 수 없었을 새로운 관객이 영입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신기술이 큰 화두가 됐을 때 음악적으로 이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