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성공… 지구 밖 탐사 첫걸음

입력
2022.08.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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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 상공서 팰콘9 분리…'달 항로' 성공 진입
태양 쪽 150만㎞ 이동 뒤 중력 이용해 달로 향해 
나사 섀도캠·ETRI 우주인터넷 등 탑재
12월 달 궤도 진입 후 내년 1월부터 탐사 시작

한국의 첫 번째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을 향한 총 5개월간의 여정을 무사히 시작했다. 발사 첫날 달로 가는 궤적에 무사히 안착한 다누리는 12월 달 궤도에 도착, 내년 1월부터 1년간 달 관측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다누리는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발사장 40번 발사대에서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콘9(Falcon9)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화염을 내뿜으며 땅을 박차오른 팰콘9은 발사 3분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팰콘9은 2단 점화까지 무사히 끝낸 뒤 약 703㎞ 상공에서 다누리를 분리시켰고, 다누리는 탑재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태양전지판을 전개하고 위성체 자세를 태양 방향으로 바꿔 전력생산을 시작했다. 오전 9시 40분쯤에는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심우주 안테나를 통해 최초 교신에 성공했다.

수신된 위성정보를 분석한 결과 다누리의 장치는 모두 정상이었고, 목표로 잡았던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다누리는 달을 향해 곧장 날아가지 않고, 태양 쪽으로 약 150만㎞를 이동한 다음 다시 달 쪽으로 돌아오는 항로를 이용한다. 이렇게 가면 시간은 더 걸리지만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달 궤도에 도착하는 것은 12월 중순이다. 달 궤도에 들어간 뒤에는 내년 1월 시운전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한다. 다누리에는 △고해상도 카메라(LUTI)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 △자기장측정기(KMAG) △감마선분광기(KGRS) △섀도캠(ShadowCam) 등의 첨단 장비가 탑재돼 있다. 특히 미 항공우주국이 개발한 섀도캠은 달의 극지방 음영 지역을 촬영해 달에 얼음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다누리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우주 인터넷 장비도 실렸다. 우주에서 지구로 동영상 등 용량이 큰 파일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다. 다누리는 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주 인터넷 장비를 이용해 그룹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를 전송할 계획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탐사선인) 다누리의 성공 기준은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와는 다르다"며 "정상적으로 달 궤도에 진입하고 6개 탑재체의 탐사 임무가 이뤄져야 해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다누리 발사 현장을 찾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 최초의 우주탐사선 다누리가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해 매우 기쁘다"며 "지구 중력을 처음으로 벗어나 달로 향하는 다누리는 대한민국 우주탐사 역사의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 탐사 임무가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한국은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오른다.

이날 케이프커내버럴 인근 코코아비치에는 다누리 발사를 지켜보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미국 현지 기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함께 다누리 발사를 지켜보며 박수를 쳤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와 10대 학생들이 많았는데, 마이클(남·13세)군은 "엄마와 함께 한국이 제작한 위성체를 실은 팰컨9 발사체 발사를 보기 위해 왔다"며 "처음으로 발사체 발사를 직접 보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좋고, 흥미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동순 기자,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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