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의원 부의장을 지낸 자민당 원로 의원이 “일본은 한국의 형님뻘” 국가라면서 양국이 대등하지 않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에토 세이시로(81) 전 중의원 부의장은 전날 자민당 모임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보면 형제국가다. 분명히 말하면 일본은 형님뻘”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도 확실히 협조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큰 도량으로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기자들이 발언의 진의를 묻자 에토 의원은 “우리나라는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걸 생각할 때 일본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보면 형뻘 되는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일은 대등한 국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본 국민은 미일 관계를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도 한일 관계가 대등하지 않다고 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제력이나 전후 일본의 국제적 위상, 국제기관에서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상위에 있다”고도 했다.
에토 전 부의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패전 직후 일본에 건너가 자랐다. 일한의원연맹에도 오래 소속돼 활동했고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연맹 대표단으로 참석해 다음 날 윤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친한파’로도 알려졌지만, 80세가 넘은 13선 원로 의원으로 한국을 낮춰 보던 시각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최고고문도 맡고 있다.
이번 발언은 여야 국회의원 11명으로 구성된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이 일한의원연맹과 합동간사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기간에 나와 더 논란이 됐다. 5일 오전 대표단이 도쿄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발언”이라며 “연맹 차원에서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일의원연맹 상임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악의적 발언이라기보다는 실언으로 보이지만 유감”이라며 “이런 발언은 일본 내 젊은 세대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이번 발언에 대해 “일본 의원 중 일제강점기 시절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은 의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과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에토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