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 학자들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에 이은 한국 방문을 두고 자신과 대화한 중국 학자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피한 것을 "매우 기뻐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중국 학계에선 "우리가 8월이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달이고 8월 24일에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30주년을 좀 성대히 치르기 위해서 중국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냐"고 관측하면서 "일단 8월에 (중국이) 뭔가 선물을 한국에 줘야 되는데, 하여튼 윤 대통령이 처신을 잘하셨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편으론 윤 대통령의 판단 착오가 아니었느냐는 시선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반(反)중국 결의에 동참한 윤 대통령이 급격하게 대중국 정책을 조정한 것이 윤 대통령의 진의가 맞느냐는 의구심이다. 박 교수는 "이게 과연 중국 배려인지, 아니면 내부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붕괴된 게 아닌지, 일본에 간 펠로시 의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면 윤 대통령이 곤란에 빠지지 않을지 외려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겉으로 분개를 했지만, 속내는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으로서도 만약에 이 흐름을 타서 일본, 호주, 유럽의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하게 되면 대만이 국제사회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어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애국주의 고취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기반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중국이 지금 코로나19 방역에서 굉장히 뒤처진 나라가 되고 있어 상당히 비난을 받는 안 좋은 타이밍에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중국도 선거고, 대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적대적 공존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최근에 중국에서 댓글 전쟁이라고 해서, 대만하고 전쟁을 하자는 너무 극단적인 내용이나 시진핑을 비난하는 댓글을 순식간에 지우는(검열)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대만 민진당 정부나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은 그대로 남겨 애국주의 고조에 써먹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대륙과 대만이 통합해야 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사실상 절대시하는 분위기가 확고한 점을 이용한 셈이다.
대만에선 오히려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도 포착된다. 박 교수는 "대만 일반 사람들은 기쁘기는 한데, 경제적인 면에서 반도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군사적 봉쇄가 진행되면서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양안관계를 중시하는 대만 국민당과 이를 지지하는 고령층이 "대만이 중국하고 싸울 수 있는 첨단 무기를 제공하지도 판매하지도 않고, 무역적 군사적 이익을 주지도 않고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 대만만 이용을 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40, 50대는 대만주의 성향이 강해 환영을 하고 있고, 20대와 30대는 국제 사회에 대만이라는 존재감을 보이는 세리머니보다 중국 봉쇄로 인한 경제적·군사적 위기감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