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국한 태국인들이 입국심사를 무더기로 통과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숫자만 112명이다. 최근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무사증과 사증면제협정이 적용되는 제주를 첫 기착지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법당국의 심사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3일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과 도내 여행사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10분쯤 제주항공 전세기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태국인 184명 중 125명이 입국 재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당국은 10시간에 걸친 재심사 끝에 112명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들은 당일 오후 10시 15분 태국 방콕행 항공편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오전에도 역시 전세기편으로 제주에 들어온 태국인 183명 중 120명이 재심사를 받았다.
정부는 불법체류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목적이 불분명해 입국을 불허했고, 주로 불법 취업 시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공항에서는 불법체류 태국인 여성 2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112명 중 92명은 무사입증국 대상국 국민이 입국할 때 필요한 전자여행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된 전력이 있었다. 출입국 당국은 “이들이 육지공항 입국이 차단돼 전자여행 허가가 없는 제주도로 우회 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 분석처럼 앞서 6월 3일 제주에 들어온 태국인 166명 중 36명의 소재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태국인 4명이 취업차 다른 지역으로 가려다 여객선사 직원의 신고로 제주항 여객터미널에서 붙잡혀 출국조치된 사례도 있다.
태국인들이 유독 타깃이 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30일 동안 체류를 허가하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태국인에게는 무사증 제도가 아닌 사증면제협정이 적용된다. 관광이나 친지 방문, 회의 참가 등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태국인들은 비자 없이 최장 90일 동안 머물 수 있다. 체류 기간이 다른 국가의 3배나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몇 년 전부터 급증한 태국인 마약범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경찰에 따르면 필로폰, 야바, 엑스터시 등 한국사회에 각종 마약류가 범람하자, 태국인 마약상들이 비자 없이 국내로 들어와 본국에서 소포로 약을 배송받아 유통시키는 수법을 쓰고 있다.
범죄 고리를 차단하려면 사증면제협정이 유효한 제주에서부터 입국 목적이 석연찮은 방문객들을 걸러낼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법무부 측은 “특정 외국인들에게만 입국심사를 강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