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대기업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과 손잡고 한국에서 발생한 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옮겨 저장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우리나라와 화석연료 의존도가 큰 말레이시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례적인 방식의 합작이 성사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SK에너지, SK어스온, 롯데케미칼, GS에너지 등 6개사는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인 페트로나스와 함께 탄소 포집·운송·저장(CCS)사업인 '셰퍼드 CCS 프로젝트' 개발 공동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아시아 최초의 CCS 허브 프로젝트로, 전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서 협약식이 진행됐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국내 허브(Hub)에 집결시킨 뒤, 말레이시아로 이송·저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국내엔 탄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해외 저장소 확보가 필수적인데, 페트로나스와 협력을 통해 안정적 탄소저장공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사 관계자는 "허브를 통해 여러 기업이 배출한 탄소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처리·이송 과정에서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탄소관리에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페트로나스와의 합작은 각 사별로 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저장 용량이나 한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말레이시아가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그러던 중 사업의 효율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 회사의 특장점을 살려 협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현지 저장소 탐색부터 국내 탄소의 포집·이송·저장에 이르는 CCS 밸류체인의 모든 주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 사업개발 주관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맡기로 했고, 탄소 포집은 SK에너지·롯데케미칼·GS에너지가, 이송은 삼성중공업이 담당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저장소 탐색 및 선정, 운영은 SK어스온과 페트로나스가 맡는다. 참여사들은 향후 국내 다른 탄소배출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사업 확장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