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필요한 부위에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나 세포를 정확하게 운반한 뒤 단기간에 분해되는 마이크로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줄기세포 전달과 같은 재생의학의 치료 효율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최홍수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팀은 김성원 가톨릭대 서울 성모병원 교수팀, 브래들리 넬슨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체내에서 분해되는 마이크로 로봇을 분당 100개 이상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그 동안 마이크로 로봇 제작에 주로 사용해 온 ‘이광자 중합(two photon polymerization)’ 초미세 3D프린팅 기술로는 1개 제작에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렸다. 최 교수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기존 방법보다 1만 배 이상 빠른 셈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기존 마이크로 로봇 제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분해성 재료이면서 빛으로 경화시킬 수 있는 젤라틴 메타크릴산염과 자성나노입자의 혼합물을 미세한 유체 칩 내부에 흘려 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마이크로 로봇을 코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와 동시에 배양, 마이크로 로봇 표면에 줄기세포가 붙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로봇은 자기장을 이용해 체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치료 후 회수 문제도 간단히 해결했다. 마이크로 로봇을 체내에 그대로 둘 경우 독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무수행 후 저절로 분해되는 로봇을 개발해 왔지만, 기존 로봇은 대부분 산성이나 염기 등 극단적 환경에서 분해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로봇은 분해효소와 배양한 결과 배양 6시간 후에 완전 분해됐다. 로봇 내부에 들어 있던 자성나노입자는 자기장으로 수거할 수 있었다. 원래 목표로 한 줄기세포는 로봇이 녹은 부위에서 증식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어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 세포로 분화를 유도한 결과 21일 후에 신경세포로 정상적으로 분화하는 것을 입증했다.
또 마이크로 로봇에 전달한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화해 전기적 생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점도 확인했다. 마이크로 로봇이 신경세포 전달체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최홍수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을 대량 제작, 전자기장에 의한 정밀 구동, 줄기세포 전달 및 분화 등 이번 연구가 향후 표적 정밀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은 것도 현실이다. 최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정밀 표적치료에 필수적인 로봇과 구동에 필요한 자기장 제어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달했다”며 “하지만 체내에 이동 중인 마이크로 로봇의 위치를 실시간 이미지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은 임상실험을 할 정도에 이르지 못해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섣부른 기대는 경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국제과학학술지 '스몰(Small)' 6월23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