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부터 황희찬까지... 끊이지 않는 유럽축구 내 인종차별

입력
2022.08.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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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를 향한 유럽축구 내 인종차별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경험을 직접 밝혔거나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선수는 최근에만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마요르카) 3명이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과거 해외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도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유럽인들의 ‘아시아인 차별’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황희찬은 1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파로의 에스타디오 데 상 루이스에서 열린 파렌스와(포루투갈)의 프리시즌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인종차별을 당했다. 후반 11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황희찬을 향해 파렌스 팬 중 일부가 인종차별 내용이 담긴 욕설을 한 것. 이에 팀 주장 코너 코디는 주심에게 항의했고, 구단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유럽축구연맹(UEFA)에 인종차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황희찬은 다음날인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축구)를 즐겨야 한다”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내 동료들과 후배들, 이 세상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라고 적었다.

이강인도 황희찬과 같은 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 전 SNS에 올라온 마요르카의 훈련 영상에는 팀 동료 지오바니 곤잘레스가 이강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장면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졌고, 다수의 팬은 이강인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강인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에 곤잘레스를 태그하며 “인종차별 하지마. 하하하”라는 글을 남겼다. 구단도 둘의 어깨동무 사진을 올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강인의 사례는 동료간 장난마저도 의심을 받을 만큼 유럽축구 내에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한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손흥민 역시 2021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욕설을 들었다. 손흥민이 맨유와의 경기에서 반칙을 당해 맨유의 득점이 취소되자 화가 난 일부 팬들이 SNS상에서 손흥민의 인종을 문제 삼으며 비난의 메시지를 올렸다. 손흥민은 올해 7월 방한 중 가진 팬미팅 자리에서도 독일 거주 당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언급했다.

과거 차범근부터 시작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위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 유럽 각국 축구협회들은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강력한 처벌기준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지만, 유럽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뿌리깊은 선입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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