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한발 늦은 승부수

입력
2022.08.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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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변상일 9단 백 최정 9단 패자조 1회전 <4>



최정 9단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표 여류기사다. 수년 째 여자랭킹 1위를 독주 중이다. 최정 9단이 대단한 이유는 여자기전을 독식하면서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정진해왔기 때문이다. 2016년 남녀 통합기전인 한국바둑리그에 선발되며 남자기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이후 꾸준한 성적으로 현재 국내랭킹 25위에 이름을 올리며 활약 중이다. 주최 측 시드를 받아 합류한 이번 명인전에서는 16강에서 심재익 5단에 패하며 패자조로 내려갔다.

변상일 9단이 흑3, 5로 포위망의 약점을 찾는다. 부분적으로 최선의 진행. 여기서 최정 9단은 백6으로 들여다본 후 백8의 한 칸 뜀을 선택했는데 이 수가 느슨했다. 7도 백1을 선수교환 한 뒤 백5에 철주를 내리는 것이 백의 독수(毒手)다. 흑은 좌변 대마를 버린 채 흑10으로 우변 백 대마와 바꿔치기를 감행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최선. 그러나 대국자의 실전 심리상 이 변화보다는 좌변 흑 대마의 생사 승부로 갔을 확률이 높다. 최정 9단이 유리한 승부를 놓쳤다고 봐야 한다. 실전 흑9로 진출하자 흑 대마가 생환에 성공하며 형세는 조금씩 변상일 9단에게 기운다. 흑15는 다소 악수. 8도 흑3의 급소로 활용하여 흑5의 어깨 짚음을 성립시킬 자리다. 백30은 한발 늦게나마 던진 최정 9단의 승부수. 백40까지 일단 복잡한 수상전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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