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해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6층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이날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들에 대한 분석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각 위원들의 관심사항 및 전공분야에 따라 7월 한 달간의 한국일보 콘텐츠와 플랫폼 운영을 두루 살펴봤다. 양 위원장을 비롯해 김여진(SBS M&C 차장) 손경호(케이스탯리서치 팀장) 이현우(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원석(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최종헌(법무법인 YK 변호사) 김수아(고루레터팀 편집부) 위원이 참석했고 한국일보에서는 이충재 주필,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양홍주 뉴스룸 디지털기획부문장이 함께했다.
손경호
한국일보가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 사망 사건' 보도에서 철저하게 가해자에 집중하고 있는 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언론의 역할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행태라고 본다. 독자들의 핵심적인 궁금증(신상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 살인죄 적용 가능 여부 등)을 풀어주는 기사를 풍부하게 구성한 점이 좋았다. 또한 가해자를 다룬 칼럼, 기획기사를 통해 사건 후 언론이 가할 수 있는 2차 가해에 대해 이야기한 점은 다른 언론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7월 19일 발생한 공군부대 여군 사망 사건을 다룬 기사의 헤드라인 구성에선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같은 부대에서 또다시 성범죄로 인해 여군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기는 하나, '이예람 중사가 근무하던 부대'라고 기술한 것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부족했다고 보인다. 동일한 부대에서 다시 같은 범죄가 발생했다는 점을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가 근무했던 부대'가 아닌 '가해자가 근무했던 부대'로 프레임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내에서 최신순과 인기순을 구분해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용자의 편리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독자들이 신문(온라인 혹은 지면)을 읽는 이유 중 최신의 기사를 보기 위한 니즈(needs)도 있는 반면, 특정 주제 및 분야의 가장 인기 있는 이슈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니즈도 분명히 존재해서다. 다만 인기 기사에서는 조회 수나 댓글 수 없이 헤드라인과 썸네일, 내용, 날짜만 제시하고 있어 '얼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종헌
한국일보와 타 뉴스매체를 법조 관련 기사를 중심으로 비교했다. 한국일보 7월 14일 '헌재 사형제 공방...' 기사는 다른 신문에 비해 헌법재판소 각 재판관들의 질문을 부각시켜 좋았다. 질문을 그대로 전달해 당시 공개변론의 현장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당사자들의 주장이 아닌 재판관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기사가 작성돼 쟁점 정리가 다소 부족했다. 청구인의 대리인이나 이해관계기관(법무부) 및 참고인의 주장에 대한 정리가 아쉬웠다.
7월 18일 '경찰이 인하대생 사건 피의자 신상공개...' 기사에선 죄명이 살인죄가 아니어서 공개대상 죄명이 아니라는 취지로 읽히나, 이는 잘못된 정보전달로 보인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 제3호는 형법 제301조의2(강간 등 살인 및 치사)를 특정강력범죄로 정하고 있고 여기의 기본범죄인 강간 등에는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결국 죄명이 준강간치사이든 살인이든 그 자체로 신상정보 공개대상이 되는 정보인지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다른 사건에서 어떤 경우에 신상정보를 공개했는지 비교해 설명했다면 이용자들의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사회' 인기기사 카테고리는 일주일 동안의 인기기사로 꾸며지고 있다. 타 신문사들의 경우 대체로 보통 1~2일간의 인기기사를 올려 두는 것과 비교된다. 인기기사를 정리하는 주기가 긴 경우 관심을 많이 받는 기사가 오래 노출되고, 오랜만에 봐도 일주일간의 이슈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인기기사 목록에 20개의 기사가 올라 있고, 그렇다면 통상 하루 2~3개의 기사만 바뀐다는 것이어서 예를 들어 사회 분야 인기기사를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김수아
한국일보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살펴봤다. 한국일보는 다양한 성격의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 그중 눈에 들어온 것은 젊은 층을 공략하려는 듯한 뉴잼 뉴스레터다. 위클리 스토리와 위클리 브리프로 발간되는 이들 뉴스레터는 '뉴스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정돈해 발견 기회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목적에 맞게 발간되고 있는 것 같다. 7월 15일 발행된 레터의 '위클리 스토리'는 3가지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들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 않는다. '반려'라는 키워드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3가지 이야기는 '반려'와 관련이 없었다. 진부하지 않게 흥미를 유발하는 오프닝멘트(식물집사 관련)가 사용됐지만 전체적인 레터 구성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다. 오프닝을 읽다가 흐름이 끊겨 이용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양승찬
뉴스이용자위원회는 앞으로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정파로부터 독립해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공의 포럼을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한국일보가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살필 것이다.
7월 한국일보는 현장과 시민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현실 경제의 문제를 다룬 '편의점 내몰리는 결식아동', '점심값 부담에 붐비는 구내식당', '얼어붙은 집' 등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해 시민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 냈다. 7월 7일 '그래도 출근'은 다이어트와 화장 등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를 지적했고, 21일에는 편하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문화를 다뤘는데 시민의 경험을 직접 취재해 우리 사회 변화를 생각해 볼 이슈를 제공했다. 언론 보도에서 정치 영역이 지나치게 많이 부각되고 출입처 중심의 보도가 넘쳐나는 가운데 일반 시민을 취재하면서 현장을 중시하는 기사가 주요하게 다뤄진 점은 반가운 일이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피격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들의 여과 없는 보도가 문제가 됐다. 한국일보는 피격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제기될 수 있는 선정성 문제를 사전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