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글로벌 금융 허브 도시 도약… "어렵네, 어려워…"

입력
2022.08.01 14:26
BIFC 3단계 진행 등 관련 인프라 구축 활발
글로벌 금융사 국내 사업 규모 축소 등 암초 많아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해 역사, 경험 등도 적어
"대외 환경 변화 활용, 산업은행 유치 등은 기회"


글로벌 금융 허브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계 금융기관 등을 유치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외국계 금융사인 한국씨티은행과 홍콩의 BMI 그룹, 이스라엘의 요즈마그룹코리아가 통합 개소식을 가졌다. 이들 업체는 BIFC가 생긴 이후 처음 입주하는 외국계 금융사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7월 미리 입주한 것을 감안하면 입주 외국계 금융사는 지난해 1곳, 올해 2곳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2009년 서울과 함께 정부로부터 금융중심지로 지정이 된 이후 '국제 금융 허브'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남구 문현동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1단계인 63층 규모의 건물을 2014년 6월 완공했다. 인근에 2단계 사업으로 36층과 49층 규모 건물 2개동을 2018년 11월에 준공했다. 이들 건물에는 한국은행 부산본부, BNK부산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공공기관과 국내 금융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핀테크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 등도 자리 잡았다. 현재 지상 45층 규모의 사무공간을 건립하는 BIFC 3단계 사업으로 총 사업비 2,700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2025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외국계 금융사들이 입주한 1단계 건물 63층 'D-스페이스 BIFC'는 부산을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키우겠다며 만든 공간으로 시는 이곳에 외국계 대형 금융사 등 10개사 가량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D는 '데카콘'의 약자로, '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뜻한다. 이 곳에 외국 금융기관이 새로 입주할 경우 직원 1인당 10㎡ 내외의 공간을 제공하고, 3년 동안 임대료를 무상 지원(최대 25년)한다.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금융사 유치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한 국내 사업영역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금융기업이 서울에서도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이 새로운 금융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부산이 외국계 금융사 3곳을 유치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부산시는 올 하반기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홍보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 금융의 오랜 역사와 경험이 있는 이들 해외 유명 금융도시에 있는 외국계 금융사들의 관심을 끌고 실제 유치에 성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홍콩의 경우 중국 정부의 영향력에서 빠져 나오려는 금융사들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실현되면 외국계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유치에 상승 효과를 얻고 또다른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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