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치투자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은퇴 선언과 동시에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명예 퇴진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 회장은 29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홈페이지에 올린 고객 서신에서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고,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아 어렵지만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제2의 인생을 그동안 꿈꿔왔던 끼 있는 투자자의 발굴과 교육,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양성 등 사회와 자본시장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곳에 남은 열정을 쏟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내달 열리는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회장직을 모두 내려놓을 예정이다. 1999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신인 에셋플러스자문을 직접 창업한 지 23년 만이다. 후임 운용총괄책임자(CIO) 자리는 정석훈 전무가 맡는다.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같은 불명예 퇴진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강 회장 역시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공유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주식 투자를 한 것을 일종의 차명 투자인 ‘자기매매’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부의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제재 조치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다만 강 회장 측은 대주주가 아닌 법인에게 손익이 귀속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번 은퇴 선언 역시 금감원 조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