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경기 침체 논쟁이 불거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장관까지 “주요 경제 지표는 탄탄하다”며 불안 심리 해소에 나섰다.
옐런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경제 성장에 있어 뚜렷한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기 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 약화를 의미하는데, 현재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근거로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재정 호조, 소비지출 증가, 기업 성장세 등 성적표가 양호한 여러 경제 지표들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2분기 고용이 110만 개 늘었으며, 이는 과거 경기 침체 당시 첫 석 달간 일자리 24만 개가 감소한 것과 큰 대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에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0.9%를 기록,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간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실질 GDP가 전기 대비 2분기 연속 감소할 경우 기술적 경기 침체로 정의한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통계는) 경제가 더욱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강력한 경제 회복을 고려할 때 이러한 둔화는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가계 심리를 짓누르는 부담 요인은 노동시장이 아니라 물가상승”이라고 짚었다. 물가상승 요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식량난과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혼란, 세계 경제 불안정성 등을 지적했다. 시장에선 "물가상승이 경기 침체를 부추긴다"고 우려하지만, 당분간 물가 잡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글로벌 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물가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장에 퍼지는 경기 침체 위기감을 진화하려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 역사적 수준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전염병 대유행 위기 때 잃은 민간 부문 일자리를 모두 회복함에 따라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낮은 실업률, 소비지출 증가 등과 함께 연방정부의 제조업 투자를 경기 회복 동력으로 꼽았다. 특별히 SK그룹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번주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고, SK그룹은 미국 제조업에 2,000억 달러 이상 투자한 그룹 중 한 곳이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과 인텔, 삼성, 포드, GM, 현대 등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을 나열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경기 침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27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는 시장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이 경기 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데 경기 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