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가전 시장의 침체에서도 역대 2분기 기준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자동차 부품(전장) 사업은 2015년 4분기 이후 26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있었던 펜트업(보복수요) 효과가 끝나고, 원자재 가격·물류비 증가 등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으로 수익성은 나빠졌다.
LG전자는 29일 연결기준으로 올 2분기 매출액 19조4,640억 원, 영업이익 7,92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역대 2분기 가운데 최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생활가전(H&A)사업본부는 올 2분기 매출액 8조676억 원, 영업이익 4,322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으며, 단일 사업본부 기준 처음으로 8조 원을 돌파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2분기 매출 50억9,700만 달러(약 6조6,200억 원), 영업 손실 3억600만 달러(약 4,000억 원)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5% 감소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7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3조4,578억 원, 영업손실 189억 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일상 회복 본격화에 따라 TV 교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 시장의 연간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89만8,000대가량 줄어든 2억1,163만 대로 전망됐다. 이는 2010년(2억1,000만 대)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LG전자가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사업은 올 2분기 매출액 2조305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하며,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원가 구조를 꾸준히 개선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완성차업체들의 추가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거래(BS) 사업본부는 올 2분기 매출액 1조5,381억 원, 영업이익 14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 늘었지만, 이익은 81.2% 감소했다.
LG전자는 하반기 시장 상황을 "장기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및 소비심리 둔화 등의 영향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를 비롯해 가전업계는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가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TV사업의 경우 하반기 월드컵, 블랙 프라이데이 등 성수기에 대응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전장 사업 역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되는 만큼 완성차업체와 협력 관계를 지속해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