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지속할 뜻도 재차 비쳤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단숨에 연 2.5%로 오르면서, 약 2년 반 만에 한국의 기준금리를 앞지르는 한미 간 금리 역전은 현실이 됐다.
27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연 2.25~2.50%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 첫발을 뗐던 연준은 두 달 연속 같은 폭으로 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보다 9.1% 급등하는 등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이런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연준은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올해 기준금리 수준을 연 3.4%로 예상한 6월 전망(점도표·중간값)이 현 시점에선 최선의 가이드란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연준은 올해 남은 세 차례(9, 11,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9월 회의 때도 이례적인 큰 폭의 인상이 가능하다"며 추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에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내내 공격적으로 이어 온 긴축 속도를 연말로 갈수록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엔 거듭 선을 그었다. 연준의 긴축 등으로 성장은 둔화하겠지만, 견조한 노동시장과 낮은 실업률 등을 고려할 때 침체 국면은 아니라고 했다. 이날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경기 침체는 아니다'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1.37%, 2.62%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06%나 상승 마감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의 금리는 현재 2.25%인 한국 기준금리를 앞질렀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첫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차를 0.5%포인트로 벌렸지만, 2주 만에 0.00~0.25%포인트 차이로 추월당했다.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지면 고금리를 좇는 해외 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 가뜩이나 심각한 강달러 추세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차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한은 역시 올해 남은 세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빅 스텝을 포함한 금리 인상 폭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한은은 과거 총 3차례(1999.6~2001.3월, 2005.8~2007.9월, 2018.3~2020.2월) 금리 역전 시기 모두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됐다는 점을 들어 해외자본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자본 유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발생했다"며 "금리 차 외에도 경제 여건 등 복합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 역전이) 실제 유출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2원이나 내린 1,296.1원에 거래를 마치며 7일 이후 15거래일 만에 1,3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하락 폭도 5월 30일(17.6원) 이후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