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의 고장 성주에서 '소프트테니스 메카' 꿈꿔요"

입력
2022.07.30 10:00
한주환 성주군소프트테니스협회 선수 
우체국 근무하며 선수로 활약 
선수 출신 동료들과 동호인 레슨 진행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단 것이 큰 장점"


성주군 우체국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주환(43)씨는 밤에는 소프트테니스 선수로 변신한다. 그는 선수인 동시에 지도자다. 성주 생활체육공원에서 진행하는 레슨 프로그램의 코치를 맡고 있다. 학생은 15명, 레슨코치는 한 씨를 포함해 3명이다. 문경이나 순천, 충북에도 소프트테니스 동호회가 있지만 선수 출신 코치가 이렇게 많은 지역은 성주뿐이다. 한 씨에 따르면 문경이 '정구의 도시'로 통하지만 성주도 그에 못잖다. 지난 7월에 열린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에서 성주 소프트테니스팀이 남자 청년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동호인 활동도 활발하다. 전국 정구 지도자들 중에 성주 출신이 적지 않다. 그만큼 전통이 있다. 한 씨는 "대구, 문경 등 경북 지역에서 성주까지 레슨을 받으러 오는 동호인이 있을 정도로 실력과 전통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성주가 대한민국 정구의 메카로 인정받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수상, 학창 시절 내내 즐거웠죠"

한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서 돈이 크게 들지 않았다. 인기 종목은 아니었지만 시합에 나가 성적을 내다보니 뿌듯함과 재미를 느꼈고 그렇게 대학을 거쳐 실업팀까지 들어갔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피부에 와닿은 것은 실업팀에 들어간 이후였다. 무엇보다 은퇴 이후의 진로가 뚜렷하지 않았다. 훈련을 하면서도 늘 장래 계획이 고민이었다. 실업팀 감독이나 코치는 문이 좁았고 학교 코치는 너무 박봉이어서 가정을 꾸리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06년 먼저 실업팀을 나간 친구에게서 우체국에서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한 씨는 그의 권유에 응해 시험을 쳐서 성주 우체국에 자리를 잡았다.

"일머리 좋다는 칭찬, 모두 정구 덕분이죠"

한 씨는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일머리가 있는 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다 정구 덕분이다"고 말했다.

"정구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두뇌플레이가 필요한 게임입니다. 제 일머리는 거기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네요. 같은 작업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단체 생활을 한 것도 직장 생활에 크게 도움이 돼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희생과 양보, 그리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운동을 하면 그런 걸 배울 수밖에 없어요."

한 씨는 "제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정구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인기 종목이든 비인기 종목이든 스포츠가 가지는 미덕은 똑같이 품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 하면 참외와 함께 정구를 떠올리게 될 것”

한 씨는 정구의 장점은 크게 무리 가는 동작이 없어 남녀노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선수 출신 동료들과 정구동호회를 활성화시켜 성주를 명실상부한 정구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군청, 군 체육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시고, 시민들도 정구 선수 출신이라고 하면 나름 스타 대접을 해주세요. 그런 호의와 관심이 이번 도민체전 우승의 원동력이자, 성주가 정구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씨는 “성주도 문경처럼 세계정구선수권대회를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성주 하면 참외와 함께 정구가 떠오르는 날이 반드시 올 수 있도록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엄순영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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