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전직 경찰서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전북경찰청은 26일 경찰서장 출신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무면허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한 교차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자신의 BMW 승용차를 운전해 좌회전하던 중 싼타페 승용차와 접촉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다. A씨는 사고 후 지인인 B씨에게 "경찰에 네가 운전했다고 말하라"고 부탁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B씨를 범인 도피 혐의로 A씨와 함께 송치했다.
사고는 A씨가 2차선에서, 피해 차주 C씨가 1차선에서 동시에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해 BMW 차주가 A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고 발생 후 4시간 만인 오후 5시쯤 A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담당 경찰관과 통화에서 "차량 소유주는 맞지만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거짓으로 진술한 뒤 B씨에게 전화해 "경찰에 전화해서 네가 운전했다고 하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말했다. B씨는 지시대로 수사관에게 "내가 운전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거듭된 조사에 결국 자신이 직접 운전했다고 실토했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피해자 측에 거액의 합의금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인 C씨 측은 당초 합의를 받아들였으나, 다음 날 A씨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운전자 바꿔치기에 앞서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자인 C씨는 경찰 사고 처리 과정에 '전직 예우'라는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씨는 당시 사고를 낸 A씨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현장에서 벗어난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음주 측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측 요구에도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다른 뺑소니 사고 출동 건이 있어 시기를 놓쳤다"며 "이후에라도 측정했어야 하지만 담당 수사관이 4~5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측정하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당시에는 피의자가 전직 경찰인지 몰랐고, 사흘 뒤에야 알게 됐다"며 "초동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