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유럽 지역에서 회원자격(멤버십) 연간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아마존의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급여 격차가 대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9월부터 유럽 각국의 멤버십 서비스(프라임) 연간 구독료를 최대 43% 올리기로 했다. 영국에선 79파운드(약 12만5,000원)에서 95파운드(약 15만 원)로 20% 오르고, 프랑스에서는 49유로(약 6만5,300원)에서 69.9유로(약 9만3,100원)로 43% 인상된다. 독일에서도 30%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은 배송료 할인, 동영상 서비스 등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앞서 올해 초 미국에서도 프라임 연회비를 119달러(약 15만6,300원)에서 139달러(약 18만2,600원)로 올렸다.
아마존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인플레와 운영비 상승을 멤버십 구독료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인플레가 가격을 밀어올리는 현상이 아마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대기업 경영진 연봉 현황 자료 때문에 아마존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0일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에 편입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은 해당 기업 근로자 평균 연봉의 324배에 달했다.
특히 CEO 급여와 근로자 평균 급여 차이가 가장 큰 기업이 다름 아닌 아마존이었다. 앤디 재시 CEO가 작년에 받은 보수 총액은 2억1,270만 달러로,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3만2,855달러)보다 무려 6,574배 많았다. AFL-CIO 측은 이런 행태가 대기업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에 의한 인플레) 증거라 주장했다. 대기업이 이익을 늘리고 경영진에 막대한 보수를 안겨주기 위해 인플레를 핑계 삼아 상품·서비스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린다는 얘기다.
그리드플레이션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기업들이 인플레 탓에 손해를 보는 것처럼 말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을 악용하며 즐기고 있다"고 본다. 워낙 물가가 뛰는 상황이라, 기업이 가격을 무분별하게 올려 폭리를 취해도 소비자들이 이를 잘 가려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멤버십 가격 인상은 다른 기업들의 연쇄적 가격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아마존과 경쟁 관계에 있는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디즈니 ESPN+ 등은 월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유니레버가 2분기 비누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1.2% 올리는 등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의 탐욕이 인플레를 부채질한다는 논란도 함께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리드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거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과장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독점이나 과점 구조 시장에서뿐 아니라, 중고차와 같이 완전경쟁에 가까운 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반증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기업의) 탐욕은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이 아니다"며 "탐욕에 초점을 맞추다간 오히려 물가난의 진짜 원인과 해법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