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화(59) 무역위원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상 최초로 상소심 사건 중재 판정을 내렸다.
26일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장 위원장을 포함한 중재인 3명은 25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 간 '의약품 국내산업화 분쟁' 상소심 중재 판정문을 WTO 회원국 164개국에 회람했다.
이 사건은 튀르키예 정부가 외국산 약품 수입 허가를 조건으로 국내에 해당 약품 제조공장 설립을 강제하자, EU 측이 이를 보호무역 조치라며 문제 삼아 WTO에 제소한 사건이다.
WTO 분쟁해결기구인 상소기구는 2020년부터 상소위원이 전원 공석인 상태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였다. 이에 양측은 올해 3월 WTO 사상 처음으로 WTO 분쟁해결규칙 및 절차에 관한 양해(DSU) 25조에 있는 중재 조항을 활용, 이 사건을 중재 절차에 회부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올 5월 4일 전직 WTO 상소위원인 장 위원장과 멕시코 국적 마테오 디에고-페르난데즈 안드라데 변호사, 중국 국적의 양궈화 칭화대 법대 교수 등 3명을 중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튀르키예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 EU 측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정문은 분쟁 당사자 간 WTO 상소기구 결정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WTO 회원국 전체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마비된 WTO 분쟁해결절차의 상소심에 해당하는 첫 판정으로, 향후 WTO 회원국들이 분쟁해결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WTO 사상 첫 중재 판정을 이끌어 낸 장 위원장은 국제법에 해박한 국제통상 전문가다. 1988～1991년 판사로 일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5년부터 서울대 법대(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2016년 한국인 최초로 WTO 상소기구 상임 재판관도 지냈다. 1995년 출범한 WTO 전문가 1세대로 알려졌다. 최근 윤석열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