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범죄에 대해 이야기할 땐 진지하지만 농담도 잘 한다. '반전'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최근 본지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AXN 공동 제작 예능 '풀어파일러' 촬영장을 찾아 권일용을 만났다. '풀어파일러'는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해 만든 영상 퀴즈를 풀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신개념 크라임 퀴즈쇼다.
그동안 많은 범죄 프로그램을 통해 권일용이 쌓아온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알기는 어려웠다. 권일용은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아닌 '인간 권일용'은 무뚝뚝한 허당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카드를 흘리지 않았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별명은 '건맨'이다. 무조건 쏜다는 뜻이다. "현직 후배들과 지금도 자주 연락해요. '오늘 시간 있으세요?'하면 '있지'라고 답하죠.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주고 밥값을 내줘요."
권일용의 MBTI는 INFP다. 그는 이를 밝히면서도 "사람들이 내향적, 직관적이라고 유형 안에 넣어 버린다. 그렇지만 난 수사본부에 가서 브리핑할 때는 외향적인 모습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아는 건 좋은데 여기에 몰입하면 자신을 틀 안에 가두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대로 살려고 하게 되는 거다. 그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권일용을 떠올릴 때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을 생각한다. '풀어파일러'는 물론 '라디오스타' '두시탈출 컬투쇼' 등의 예능에서도 깔끔한 옷을 착용했다. 권일용은 "업무 특성상 차별화를 위해 정장을 입고 다녔다. 퇴직하니까 밝은 색 티셔츠, 면바지 같은 게 많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권일용은 예전 옷이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긍정적인 건강 상태 변화 덕분이었다. 권일용은 "퇴직 후 5년쯤 됐는데 몸무게가 13kg 정도 빠졌다. 건강이 안 좋고 힘들었을 때 (일을) 그만뒀는데 운동 등을 하고 건강해지면서 몸무게가 줄었다"고 밝혔다. 얼굴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장난스레 말하기도 했다.
권일용의 논픽션 르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기반으로 탄생한 동명의 SBS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남길 진선규의 연기를 보고 늘 감탄했다는 권일용은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 사람이 되는 거구나'라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12화를 맨정신으로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 땐 저랬지'라는 생각 속에 술을 마시며 시청했단다. 그에게 이 작품은 '힘든 드라마'였다.
물론 작품은 의도대로 잘 제작됐다. 권일용은 처음에는 드라마 제작 제안을 거절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있잖아요. 대단한 사연, 서사를 넣어 유명 배우가 범죄자를 연기하는 모습을 못 볼 것 같았어요. 그런데 범인 이야기가 아니라 혼란의 시기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드라마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제작진과 미팅을 많이 하며 피해자 가족들이 2차 피해를 받을까 봐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거 빼자'라는 제안을 많이 했죠."
권일용은 프로파일러가 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은퇴 후 그는 방송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범죄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중이다. 권일용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풀어파일러'에 대해 "범죄 사건을 예방하는 게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딱딱하고 경직되지 않게 범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방송의 특징이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기회"라고 말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이어 '미남당'까지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드라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속 권일용은 이러한 관심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사회를 위하는 그의 진심이 돋보인 순감이었다. "저 같은 사람들이 필요 없어야 하죠. 사람의 행동, 심리를 분석하는 과학 수사 영역이 필요할 만큼 범죄가 진화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프로파일러가 필요 없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