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도 관심 둔 영남대 명예박사... 해외서 더 평가받는 '새마을'

입력
2022.07.25 16:00
[이슈 & 인물] 최외출 영남대 총장
대한민국은 현재 제2의 새마을운동 절실 
세계 10여 개 개발도상국 현지 대학 새마을학 '러브콜'
대학사유화 논란..."근거 없고, 자세히 밝힐 때 올 것"
'박근혜 그림자 실세'..."부정 이미지 선동 그만해야"
개교 75주년..."새로운 75년 위한 원년"

영남대가 올해 개교 75주년을 맞았다. 대학의 비전을 '인류사회 번영에 공헌하는 창의혁신대학'으로 새롭게 설정했다.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선진국으로 격상된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사무총장에게 영남대가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만 봐도 영남대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지난 40여 년간 '새마을운동' 한 우물만을 파온 최외출(66) 총장의 성과이기도 하다. 해외 여러 나라에 새마을학을 수출하고 있는 최 총장은 지금 우리나라에도 제2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근면 자조 협동에 나눔 봉사 창조 정신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최 총장을 지난 20일 만났다.


-많은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개교 75주년을 맞은 영남대의 현주소와 타개책은.

"대입 학령인구 급감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변수'가 아니라 누구나 예상 가능한 '상수'다.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사립대학들은 지난 14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남대는 2022학년도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영남대는 6개 단과대학을 3개로 통합, 2개 단과대학의 명칭 변경 및 학과 재배치, 2개 단과대학과 7개 전공 신설 등 개교 이후 최대 규모로 학사구조를 개편했다. 급변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세계식량계획의 현직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영남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과정이 궁금하다.

"데이비드 비즐리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WFP가 2020년 기아극복 노력 등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WFP는 2011년부터 기아극복에 새마을운동 전략을 접목한 '새마을 제로 헝거(Zero Hunger)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추진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2017년 그를 만나 지구촌 기아 극복과 새마을운동 활용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인연이 있다. 그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하기 전에 영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관계자의 얘기가 있어 관련 위원회에서 보내온 공적조서 심의, UN 사무총장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명예국제개발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추천서를 썼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상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달 초 캄보디아를 방문해 새마을학과 설립과 국제교류를 통한 장기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영남대의 새마을학 수출 현황은.

"캄보디아 웨스턴대학의 새마을경제개발학과 설립 및 신입생 입학 행사에 다녀왔다. 2014년부터 캄보디아 총리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캄보디아 부총리와 장관들이 새마을운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2015년 필리핀 엔드런대학에 새마을학과가 설립됐고, 최근 에티오피아 웨라베대학과 설립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10여 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학과 설립에 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1년 11월에 설립된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는 지금까지 약 70개국의 주요 부처 공무원 등 800여 명이 입학했고, 682명이 새마을학 석사학위 등을 받았다.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도 영남대에서 새마을 연수를 받은 분이다.“


-새마을운동이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새마을학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문 브랜드다. 영남대는 지난 40여 년 동안 새마을운동을 '새마을국제개발학'으로 체계화하고 발전시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인재양성을 위해 집중적으로 새마을운동의 학문화에 나섰다. 2013년에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영남대가 전임 교수회 집행부에 대해 '정직3개월'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부당징계라는 주장이 있다.

"이 징계 건은 제가 총장 되기 전인 2020년에 문제로 제기됐고, 최근 해당 감사가 마무리돼 절차를 밟고 있다. 학교의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징계 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단과대학이었던 대구대와 청구대가 영남대로 통합되는 과정에 대학사유화 논란이 있다. 또 아직도 교주 혹은 설립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영남대를 있게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지적한 내용과 관련된 보도와 논란이 있으나 근거 없는 이야기로 알고 있다.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여서 머지않은 때에 자세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두 대학 통합을 결정한 1967년 12월 18일자 이사회 결의문에 '교주'라는 표현과 당시 이사 12명 전원이 서명 날인한 것도 본 적이 있다."

-한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아니다. 뜬소문이다. 저에 대해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려고 유포한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고발로 검찰 수사도 받았으나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 이런 수식어를 동원하여 부정적인 이미지 만들려는 행위, 그만해야 한다.“

-총장직을 맡은 지 1년 6개월이 다 돼 간다. 지난 소회와 각오는.

"영남대가 걸어 온 지난 75년과는 다른, 새로운 75년을 준비하기 위한 공감대를 만들고 그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대학은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구성원 간 신뢰를 기반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약력

△김천중앙고, 영남대 졸업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 △캄보디아 총리 국가발전 고문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고문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주 고문 △경북테크노파크 이사장 △영남대 총장

대담=전준호 대구취재본부장
정리=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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