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베트남이 최근 생산인력 부족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로 지방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아직 일터로 복귀하지 않은 데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일손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도 구인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심화한 인력난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한국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베트남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단지가 밀집한 베트남 남부와 북부 현지 기업의 생산인력 확보율은 이달 초 기준 60~70%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완화 시점이 남부의 경우 지난 1월, 북부가 4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6개월가량 노동력 부족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손이 가장 모자란 곳은 의류와 식품가공 등 노동집약 산업군이다. 딴비엣안 호찌민시 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까지 많은 기업들이 충분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며 "특히 의류·신발·식품 가공·단순 조립·물류 등 노동집약 및 서비스업종 산업에서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노동자 부족현상은 코로나19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 크다.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지방으로 돌아간 대다수 노동자들이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기존 근무지로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집약 산업의 경우 생산 공정 특성상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에 모여 일을 해야 해 기피율이 더 높다.
폭스콘과 인텔 등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확대도 일손 부족 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들 기업의 채용 조건이 좋다 보니, 영세한 베트남 기업이 제때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 노동시장에서는 베트남 중앙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적극 유치한 것이 오히려 현지 노동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도 노동력 확보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LG·현대 등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 급여 및 노동 여건을 제공하고 있어 당장 큰 타격은 없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가뜩이나 유입되는 노동력이 적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지역 당국의 정책 지원을 등에 업은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의 인력확보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어서다.
남부의 A 신발 생산업체 인사 책임자는 "고향으로 돌아간 기존 노동자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별도의 설득 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교섭 결과 단순 임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현재 신규 기숙사 제공과 인센티브 제공 등 새로운 조건까지 걸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9,000여 개에 달하는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은 우리 정부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 북부의 B 피혁 제조업체 법인장은 "인력 확보 경쟁 심화로 대다수 한국 중소기업들이 노동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사태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한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 진출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다양한 정책 및 외교적 지원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