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장남인 박준경(44) 영업본부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3세 경영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1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 동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측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이 출석 주식 수(1,540만6,049주)의 78.71%(1,212만5,890주)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사내이사 임기는 3년이다.
금호석화 측은 회사 안건이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절대적인 찬성을 얻어 승인됐다고 해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년째 경영권 분쟁을 유도해왔던 주주 박철완과 그 가계의 특수관계인 지분 약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의결권 지분의 99%는 회사 측 안에 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서 '조카의 난'으로 불린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끝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는 그동안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반대했다. 박 전 상무와 박 부사장은 사촌 사이다. 박 전 상무는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로, 두 작은아버지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사이에 '형제의 난'이 일어났을 때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는 오래 가지 못했고, 박찬구 회장이 그에게 임원 자리를 줬고, 사업 부문도 맡겼다.
박 부사장은 2021년부터 이날까지 총 네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완패했다. 그러나 박 부사장이 압도적 표 차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힘을 잃은 모양새다. 박 전 상무는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준경 시대'가 좀 더 빨리 안정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사내이사로 선임된 박 부사장은 "당사 경영진과 전 임직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을 거쳐 금호석화 해외영업팀 부장,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금호석화에서 영업본부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에선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과 함께 권태균·이지윤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이 다뤄졌다. 권태균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이지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각각 79.12%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