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인재 양성 대책 가운데 계약학과 확대, 계약정원제 신설을 통해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집중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계약학과와 계약정원제는 졸업생 채용을 조건으로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는 것인데,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상위권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쏠림'에 더해 '명문대 쏠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안에 계약학과의 모집정원 한도, 권역제한 기준 등 규제를 풀기로 했다. 또 학사학위를 3년으로 단축 운영하는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이 기존에 설치돼 있는 첨단분야 학과 내에 별도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추가하는 계약정원제도 내년 중 도입된다. 계약학과가 기업이 지정한 대학에 별도의 학과를 신설하는 거라면, 계약정원제는 기존 학과에 기업체와 협의된 규모로 학생을 정원 외로 증원해 채용조건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입학 때부터 채용을 전제조건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졸업생의 취업이 보장된다. 그런데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기업들은 상위권 대학과 채용 계약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도체 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둔 대학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뿐이다. 내년에 계약학과가 신설되는 대학도 서강대, 한양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이른바 명문대학들이다. 중상위권으로 평가받는 서울의 모 대학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계약학과 운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최상위권 대학만 혜택을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수도권, 비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방이라면 거점대학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겠냐"며 "교육부가 소외감 없이 인재를 효율적으로 양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계약학과 확대나 계약정원제 신설에 대해 세부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에 재정지원을 할 때 지방대 중심, 중소기업과 계약을 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계약정원제 등) 학생 선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