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지만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과 다름없는 상황을 말한다. 생산업체의 이런 꼼수에 속지 않기 위해 대처하는 방법도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리뷰 사이트 옐프(Yelp)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급격히 확산했다. 해당 보고서는 특히 △핫도그 △햄버거 △피자 △해산물 등에서 이 같은 현상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옐프의 프리아 무단 데이터사이언스 부문 리더는 "소비자 리뷰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언급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며 "특히 리뷰에 '슈링크플레이션'이 등장한 것은 사상 최초"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는 이유는 뭘까. 이는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기업 수익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 옹호 활동가 에드거 드워스키에 따르면, 생산비 증가에 따라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가격 인상 △저렴한 원자재 사용 △제품량 감축 등의 대처를 한다.
이 같은 선택지 중,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량을 줄여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는 게 드워스키의 분석이다. 제품 가격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은 데다, 간접적인 가격 인상 효과도 볼 수 있어서 기업들이 물가 상승기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꼼수 대응이 늘다 보니, 현지 언론들은 슈링크플레이션에 당하지 않기 위한 요령도 소개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선 ①상품 전체의 가격보다는 상품의 단위당 가격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②상품 포장이 바뀐 제품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기업들이 제품 용량을 줄이면서 티가 나지 않도록 제품 포장을 미세하게 바꾸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③비교적 용량이 넉넉한 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관심을 두거나, 할인 쿠폰·코너를 활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쇼핑 방법이라고 WP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