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미 폭염이 야기한 산불과도 사투 중인 스페인·포르투갈에 이어, 비교적 온화한 여름을 보내온 영국마저 40도를 넘어섰다.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더위를 달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3도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기온이다. 직전 최고기온은 2019년 38.7도였다. 불과 일주일 전 영국 기상청은 폭염을 예상하면서도 40도에 도달할 확률은 10% 정도로 봤다.
영국은 즉각 폭염에 따른 적색경보를 발효했다. 건강에 유의하라는 경보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소방·경찰 당국은 "대규모 화재에 대비하라. 화재 위험 물질 사용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일부 구간 열차는 축소 운영되기도 했다. 철로와 전선이 고온에 뒤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활주로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 공항은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
더운 낮 동안의 근무를 피하기 위해 근무 시간이 단축되거나 조정되는 곳도 많았다. 영국 BBC는 "더들리 등의 쓰레기 수거가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일부 학교는 등교 중단을 결정했고, 결석을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는 학교도 나왔다. 예정된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기도 했다. 텔포드의 동물원은 '폭염으로부터 동물 보호'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일부 레스토랑은 주방 열기 때문에 찬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영국 기상청은 "영국 전역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을 가능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도 일부 지역에서 34.8도를 넘겨, 직전 최고기온(32.9도)을 경신했다.
유럽 대륙의 상황은 더 안 좋다. CNN은 이날 유럽에서 최소 21개국이 폭염 경보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스페인·포르투갈은 일찌감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두 국가가 추산하는 온열질환 사망자는 1,700명을 넘겼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국가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독일노동총연맹은 "사업주는 더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각계에서 근무시간 조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 당국도 "폭염이 예상된다. 더운 날씨에는 소금과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알렸다.
폭염이 이미 오존오염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와 유럽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모니터링서비스는 "이미 남서쪽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오존오염이 곧 북서쪽으로 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오존오염은 대기 중 온실가스가 높은 온도와 만나면서 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