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입은 9세 아이를 둔 A씨는 자녀의 재판을 앞두고 불안에 휩싸였다. 재판정에서 아이가 가해자와 다시 마주칠 수 있어서다. 아이는 2년 전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건물에 들어서는 것조차 무서워했다. 판사나 피고인 측 변호사의 질문이 아이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낼 수도 있어 근심은 커졌다.
A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는 21일부터 전국의 해바라기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2차 피해를 받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34곳의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 중계장치로 증언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20일 밝혔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상담·의료·수사를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다.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에 참여하는 피해자는 친숙한 상담원이나 부모 등 신뢰관계인의 동석하에 증언할 수 있다. 법원과 거주지가 떨어져 있어도, 거주지 근처의 센터로 가면 된다. 지난 4월 해바라기센터 7곳에서 실시된 시범사업에선 총 11건의 영상증인신문이 결정됐다.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 실시되면서 영상증인신문이 가능한 연령도 만 16세 미만 피해자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넓어졌다.
피해자는 어느 곳에 출석해 증언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 법원은 증인소환장을 피해자에게 보낼 때,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 영상증인신문 희망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신청서를 함께 보낸다. 영상신문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전국의 법원과 해바라기센터에 '증인 신문 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비공개하고 사건과 무관한 신문을 지양해야 한다'는 안내서도 배포했다.
사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영상물에 담긴 아동·청소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조항이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도입됐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영상증인신문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 나가 증언해야 하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