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업, 양측 쟁점이 뭐길래... 거제로 날아간 고용부 장관 "시간 없다"

입력
2022.07.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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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 개입까지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23일부터 대우조선 여름휴가 기간이 예정된 데다 정부가 공무원을 협상 현장에 상주시키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 주가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청노동자는 왜 철창 안으로 들어갔나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에는 원·하청 관계, 조선업 업황, 국책은행 채권단 관리 체제, 지역사회 이해관계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단순히 하청 노사 간 대화로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 22곳 노동자 400여 명으로 구성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측은 올해 1월부터 요구한 교섭에 대우조선이 응하지 않자 지난달 2일 파업을 시작했고, 22일부터는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현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내 건조 중인 30만 톤급 원유 운반선에서 7명이 농성 중이며, 이 중 유최안 부지회장은 1㎥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스스로를 감금한 상태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도 하청노동자 3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임금 30% 인상'이다. 숫자만 보면 과도한 요구로 보일 수 있지만, 노조 측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임금 회복이라는 입장이다.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졌던 2015년 이후 하청노동자 임금이 30%나 삭감됐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조선업 수주가 늘고 호황이 찾아온 만큼 임금 수준을 원상 회복해달라는 요구다. 위기 극복에 동참해온 만큼 처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측은 "임금이 30% 인상돼도 원청 임금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노동자의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조선업의 뿌리 깊은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성금은 원청이 하청에 주는 공사대금으로, 대우조선은 올해 이를 3%가량 인상했다. 협력업체들은 기성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한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사측은 '30%'라는 수치가 비현실적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주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조선업 특성상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4,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전히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채권단 관리 체제인 점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폭도 제한적이다. 대우조선은 "원청은 하청업체 임금협상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거제 간 이정식 장관 "시간 없다... 일단 나오면 정부 차원 대책 마련하겠다"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사내하청노조 농성 현장을 방문해 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 대우조선 하청노조 등을 만났다. 이 장관은 "조선소 점거를 풀고 대화에 응하면 이후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장관은 "시간이 없다"며 노조 측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정부가 우리에게 시간을 준 거라고는 92시간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이 얻어낸 건 없다"며 "무엇을 지원하겠다는 것인지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정부는 협상 지원을 위해 고용부 담당 국장을 현장에 상주시킬 예정이다. 정부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직접 보인 셈이다. 협력업체 노사는 집중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노조 측에서는 임금 인상 폭을 10%대까지 줄여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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