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입장문을 내고 2019년 11월 북한 어민 강제 북송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고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도망치다 우리 해군에 잡힌 데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범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 같은 주장은 과연 타당한지 짚어봤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이 합동 신문과정에서 귀순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나포된 후 동해항으로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진정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귀순 의향서'는 귀순 의사를 판단하는 문서이자 핵심 증거다. 정부 소식통은 "귀순 의향서를 냈는데도 북으로 돌려보내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북으로 돌아가기 원치 않는데 북송한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과정에서 발버둥친 것과 달리, 2010년 이후 송환된 북한 주민 190여 명 가운데 이처럼 저항한 사례는 전무하다. 대통령실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자필 귀순 의향서와 함께 시작되는 중앙합동정보 조사를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은 동해 NLL 인근에서 해군 통제에 불응하고 사흘간 북측으로 도주하길 반복했다”며 “제압당할 당시에도 ‘죽어도 웃으며 죽자’고 했다”고 밝혔다.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배가 NLL을 넘어온 경우, 고장이나 착오가 아닌 한 우리가 붙잡아야 NLL 무력화를 방지할 수 있다. 다른 소식통은 "이런 배를 그냥 놔두면 군함과 섞여 NLL이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신병을 확보했다면, 북한 주민이 적극적으로 송환을 원치 않는 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정 전 실장이 제시한 대북 특수정보(SI)가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날 “NLL을 넘기 전 탈북 어민들은 ‘이젠 다른 길이 없다. 남조선으로 가자’며 자발적인 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SI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정 전 실장은 “북송한 선원 2명은 탈북민이나 귀순자가 아닌 동료 16명을 살해한 엽기적 살인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추방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우리가 먼저 북측에 송환을 타진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흉악 범죄에 대해 우리 법원이 형사 관할권을 행사한 전례도 없고, 자백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추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항공기 납치, 마약 거래, 테러, 집단 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23명의 귀순을 받아들인 바 있다.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해 지원을 끊되 우리 국민으로 인정한 것이다. 반면 북송 어민의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지도 않은 채 이들에 대한 사법절차를 정부가 앞장서 포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 살인마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받아들여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할 탈북 어민들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