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막 도착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곳에서의 차별을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한대사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그 누구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인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축제에서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등 모두 12개국 대사는 연단에 올랐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외교관 모임'이라 적힌 무지갯빛 대형 현수막을 들고, 인권과 다양성을 옹호하기 위한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동성 배우자와 함께 연단에 선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 정부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프로데 술베르그 노르웨이 대사는 "2018년 이 행사에 참여한 이래로 노르웨이는 강력한 지지자로 있었다"며 "오늘의 메시지는 용감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 살아가라는 것"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유럽연합(EU) 대사는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바탕으로 한 차별, 혐오가 심해지고 있다"며 "최근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있었는데 이는 인권에 대한 매우 심각한 침해 행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긍심(pride)은 유럽연합의 심장부에 있는 가치인 것을 말하고 싶어 오늘 여기에 섰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볼벤 스웨덴 대사는 "우리는 모든 인간이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에 관계 없이 존엄과 권리에 있어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고 믿는다"며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포함한 성소수자 권리(LGBTQI)의 권리는 인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느 누구도 누구를 사랑하거나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가 "우리 모두는 차별과 폭력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며 "영국 사회가 보여주는 이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적 보호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 외치자, 시민들은 환호했다. 영국은 9개의 개별 차별 방지 관련법을 2010년 '포괄 평등법'으로 통합해 제정했다. 한국은 16년 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렸다. 오후 4시부터 축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종로, 명동을 거쳐 3.8㎞ 거리를 행진하며 도심 곳곳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