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데뷔 14년 차다. 그룹 포미닛 활동을 마무리 한지도 어느덧 6년,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로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전지윤의 삶은 여전히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중이다.
지난 2009년 그룹 포미닛으로 가요계에 발을 내딛었던 전지윤은 데뷔 7년 만인 2016년 재계약 체결 없이 당시 소속사를 떠나며 솔로 가수로 전향했다.
이후 전지윤의 음악색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싱어송라이터'라는 그의 소개처럼 전지윤은 자신이 발표하는 노래의 작사, 작곡은 물론 앨범 제작까지 직접 소화하며 '나만의 감성'을 담은 음악을 선보이는 데에 집중했다. 2019년 혼성 밴드 프레젠트(PRSNT)를 결성한 것도, 작곡가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가장 자신다운 음악을 자유롭게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행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전지윤은 지난 6년 간의 솔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에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음악에는 그리 부지런하지 못했다"는 그의 말과 달리 전지윤의 음악 활동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는 올해 초에도 밴드 프레젠트의 첫 EP앨범 '크레이지 드라이버(Crazy Driver)'와 싱어송라이터 전지윤으로서의 싱글 '알면서도'를 각각 발매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전지윤이 솔로 가수로 활동을 시작한지도 6년 째, 이젠 솔로 활동 기간이 7년의 그룹 활동 경력을 넘어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전지윤은 솔로 가수로서 또 다른 계단 앞에 서 있다.
"오랜 시간 제 음악을 해오다 보니 제가 너무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걸 즉흥적으로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은 것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제 선택이나 도전에 후회는 없지만 이제는 (음악적으로) 뭔가 한 가지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같은 고민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는 설명이다. 전지윤은 "내가 만든 음악들이 나에게는 자식 같은 존재들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것이 작곡가의 마음"이라며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들어줘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너무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더 객관화 시켜 바라보게 됐다. 예전엔 물 흘러가듯 '노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더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지윤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포미닛이다. 그가 6년째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여전히 '포미닛 전지윤'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팀 활동을 마무리하고 솔로로 전향한 가수들이 홀로서기 이후에도 오랜 시간 따라붙는 팀의 존재에 부담감을 토로하는 것과 달리 전지윤은 "그게 뭐 어때서"라는 쿨한 생각을 전했다.
"어딜 가든 아직 포미닛이라는 그룹의 색깔을 지우기는 힘드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그게 어때서'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에요. 사실 틀린 이야기도 아니고요.(웃음) 어찌됐든 절 기억해 주시는게 감사한 일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만약 솔로 전향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앨범을 냈다면 그냥 '전지윤'으로서도 색깔이 강해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은 들죠. 저도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노력을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전지윤으로만 활동을 하려고 더 욕심내서 했어야 하는데 1년에 신곡 한 곡 씩만 내곤 했으니까요. 하하. 그렇게 해놓고 '가수 전지윤'을 바라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욕심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제가 주기적으로 음악 활동을 했다면 지금쯤 충분히 그렇게 됐을 거란 자신감은 있어요. 한편으론 '부지런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죠."
앞으로 보다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각오를 다진 전지윤은 포미닛의 재결합에 대해서도 '언젠가'를 기약했다.
"사실 아직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왔어요. 하하. 아마 (멤버들이) 나이를 조금 더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직은 저도 그렇고 멤버 모두 각자 하는 것이 많다 보니 정신이 없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나중에 모두 자리를 잡으면 그런(재결합)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서른세 살이 된 전지윤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을 주는 것은 '사랑'이다.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꺼냈지만 전지윤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금 제 나이가 많은 고민을 할 때인 것 같긴 해요. 저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기 보다는 아이를 빨리 낳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20대 후반부터 그런 고민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생각일 뿐이죠. (웃음) 무엇보다 저는 결혼이 목표인 사람이 아니에요. 인생의 목표가 결혼이면 너무 우울하잖아요. 다만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건데, 결혼이 하고 싶어질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인거죠. 그래도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랑을 하려고 사는 것 같아요.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든, 일을 사랑하든. 무엇이 되었던 간에요. 사랑이 있어야 열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뭘 하든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자신의 인생과 음악,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쉴틈 없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전지윤은 15일 프레젠트 곡인 '서머 베케이션(Summer Vacation)'을 발매한다. 더위를 날릴 시원한 서머송을 통해 리스너들을 만날 그는 올 가을께 '싱어송라이터 전지윤'의 새 앨범으로의 컴백도 예고했다.
※ 전지윤의 인터뷰와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는 유튜브 '덕질하는 기자'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