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1만5000원 '금계탕' 시대...초복 맞은 유통업계의 보양식 전쟁

입력
2022.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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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값 많이 내린 전복 대량으로 사들여 할인 판매
②보양식 밀키트 확대...조선호텔 삼계탕까지 첫 선
③지역 특산품 활용한 '보양식 도시락'도 출시 활발


"어휴, 닭고기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종종 삼계탕으로 외식을 하는데, 단골 삼계탕집 1인분 가격은 1만 4,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라 도저히 사먹을 수가 없네요."


경기 용인에 사는 주부 임모(52)씨는 초복(16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매년 초복에는 생닭 두 마리로 삼계탕을 만들어 4인 가족이 함께 먹었지만 연일 높아지는 물가에 닭고기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임씨는 "닭과 부재료 가격이 너무 비싸져 올해는 닭을 두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이고, 요즘 값이 많이 내린 전복으로 채워넣어 보양식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계탕 1인분 가격 1만5,000원 육박


올해 초복을 앞두고 대표 보양식 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닭고기 도매가는 kg당 3,959 원으로 1년 전 평균 가격 3,087 원에 비해 28.2%가 증가했다. 닭고기 도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덩달아 삼계탕 외식 가격도 뛰었는데,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4,885 원이었다. 지난해 1인분 삼계탕 가격(1만4,077 원)보다 5.7%가 올랐다.

최근 유통 채널들은 초복을 겨냥한 각종 할인 행사에 들어갔는데 ①산지와 손잡고 재고가 늘어난 전복을 할인가에 판매하거나 ②보양식 밀키트 마케팅을 강화하는 점이 눈에 띈다.



재고 누적 전복, 대량매입해 할인가로


롯데마트와 GS리테일은 이번 초복에 전복 행사로 차별화에 나섰다. 최근 치솟는 물가로 고급 수산물인 전복을 사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출하가 줄어들고 있는데, 국내 최대 전복 산지인 완도에서도 kg당 20마리 내외의 중(中) 사이즈를 찾는 이들이 적어 재고가 쌓인 상황.

롯데마트는 완도전복주식회사와 손잡고 14~20일 롯데마트 전 지점에서 완도산 활전복 대(大) 사이즈 5마리와 중(中)사이즈 10마리를 행사 카드 결제 때 각각 9,800 원, 1만5,600 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복 대 사이즈는 선물용 수요가 꾸준하지만 중 사이즈는 수요가 줄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며 "전복의 기존 일주일 행사 물량 15톤보다 많은 50톤 물량을 한 번에 사들여 어민들에게 판로 확보에 대한 부담도 덜어주려 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와 홈쇼핑 채널인 GS샵이 함께 전남에서 전복 10톤을 매입해 전복 기획전을 진행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슈퍼마켓에서는 1마리 당 55g 전후 사이즈 전복이, 홈쇼핑은 1마리 당 더 큰 65~80g 사이즈 전복이 주력으로 판매되어 다양한 사이즈의 전복을 공동 구매했다"고 밝혔다. GS더프레시와 GS샵은 전년 초복 행사 대비 약 30%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 "보양식 밀키트 20% 매출 증가"


물가 상승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초복 맞이 외식을 꺼리는 고객을 위한 밀키트 보양식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SSG닷컴은 초복을 열흘 앞둔 6~12일 삼계탕, 추어탕, 장어탕 등 보양식 가정간편식(HMR)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보양식 HMR 인기에 힘입어 SSG닷컴은 14~27일 삼계탕 HMR 인기 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저렴한 상품뿐 아니라 이번에 처음으로 3만 원대 조선호텔 삼계탕도 판매를 개시한다.

11번가도 초복을 맞아 라이브 방송·기획전·선물하기 전문관 등 각종 채널을 통해 보양식 밀키트부터 도가니탕, 장어구이 등 전국 유명 맛집의 보양 메뉴를 그대로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등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①외식물가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②폭염, 장마 등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③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집에서 초복을 보내는 고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해 밀키트 판매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도 초복맞이 보양식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오리고기를 사용한 '한끼훈제오리비빔밥', 민물장어를 사용한 '오늘의 초밥'을 시즌 한정 상품으로 출시했다. CU는 지역 특산물인 전북 고창 복분자를 활용한 도시락 등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고, 14일부터 사흘 동안 하림 닭가슴살 삼계탕, 냉동 삼계탕, 반마리 훈제치킨 등에 '1+1' 행사를 진행한다.

박소영 기자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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