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고 청약 미달... 규제 풀렸지만 주택시장은 냉랭

입력
2022.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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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대구 청약률 17.8%... 미분양 속출
집값 하락세에 신규 입주 물량 대기
"매수세 회복 시간 걸릴 것"


"규제지역 해제 전후로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매매 거래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제로(0)예요."
대구 달서구 용산2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돼도 조정지역으로 남으니 효과가 아예 없어요. 물량은 계속 나오고, 매수인들은 집값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거래가 아예 안되죠."
대전 동구 B공인중개업소 대표

규제 해제·완화 지역 부동산이 좀처럼 기지개를 못 켜고 있다. 올해 입주 물량도 많은 데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대구, 대전 등 17개 지역과 수도권 일부 동(洞)의 규제를 완화했다. 대구 수성구, 대전 동·중·서·유성구 등 6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고, 대구 동·서구 등 일부 지역을 포함해 11곳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여전히 미분양이 속출한다. 수성구 옥수동 '시지 삼정코아포레스트'는 4일부터 7일까지 일반 분양을 진행했는데 모든 평형의 1·2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분양 물량 661가구에 118가구만 접수해 청약률은 17.8%를 기록했다. 수성구 '범어 자이'도 4일부터 6일까지 399가구 중 269가구만 청약을 접수해 130가구가 미달됐다.

통상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호재로 여겨 거래가 늘지만,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에 나온 매물은 규제 해제가 발표된 지난달 30일 4만5,029건에서 이날 4만7,081건으로 4.5% 증가했다. 대전은 1만8,645건에서 1만9,123건까지 올랐다.

매매심리도 여전히 낮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7월 넷째 주 대구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77.9로 전국 최저다.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주(75.8)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미분양이 이어지던 4월 첫째 주(78.1)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 매수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최근 공급될 대기 물량도 많다. 대구의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749가구(부동산R114)다. 내년엔 3만5,619가구가 나온다. 대전은 하반기에 5,286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상반기엔 4,577가구가 분양됐다. 연간 공급 물량은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매수세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체의 설명이다. 대전 동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63)씨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돼도 매수자 입장에선 더 떨어질 테니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주 대구와 대전 아파트값 변동률은 전주 대비 각각 0.11, 0.06 떨어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 재고 물량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 매수세 회복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산 해운대구 등처럼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시장이 회복된 사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미분양이 모두 해소되지 못했고, 신규 분양도 많은 상황이라 반등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