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을 자처한 현대로템을 포함해 국내 시장점유율 100%인 철도차량 제작업체 3곳이 지하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입찰에서 수년간 담합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따낸 사업 규모는 2조4,000억 원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이 발주한 철도차량 구매 입찰 짬짜미에 나선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다원시스 3개사에 각각 과징금 323억600만 원, 147억9,400만 원, 93억7,800만 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발주한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김포도시철도, 부산 지하철 1호선 등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를 현대로템으로 결정했다.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응찰하지 않거나, 현대로템이 사전에 알려준 가격으로 입찰에 나서는 등 들러리를 선 것이다. 그 대가로 우진산업은 현대로템이 낙찰받은 6건의 사업 중 3건에 하도급 업체로 참여해 이익을 챙겼다.
다원시스가 2015년 철도차량 시장에 뛰어든 다음에는 3개사가 2019년 2~12월 발주된 5건의 입찰을 담합했다. 그해 2월 우진산전은 서울 지하철 5·7호선의 열차 336량 입찰을 수주했고, 9월엔 다원시스가 코레일이 발주한 간선형전기자동차 208량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됐다. 10~12월에는 현대로템이 분당선·별내선·GTX-A 열차 입찰을 따냈다.
어느 회사가 낙찰받을지 사전 모의한 다음, 다른 두 회사가 이보다 비싼 가격에 응찰하는 방식으로 ‘나눠 먹기’한 것이다. 현대로템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맏형이라고 칭하며 3사 간 담합을 이끌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국가 기간산업과 연계돼 경제적 파급력이 큰 교통산업 내 경쟁 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과 공공 예산 절감을 위해 법 위반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