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가 국내 외환시장을 강타하면서 달러당 원홧값이 연저점을 또 갈아치웠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공포까지 맞물리며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수요에 불이 붙은 결과,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2원 오른(원홧값 하락) 1,312.1원에 마감했다. 이로써 6일 장중 연고점(1,311원)을 4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6.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30일(장중 1,325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은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이 에너지 위기로 경기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사실상 같아지는 '패리티(Parity)' 수준(1.001달러)에 근접했다.
CNN비즈니스는 "고물가와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유럽의 경기 후퇴 두려움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달러인덱스)는 108.5선까지 오르며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3일 발표를 앞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심리도 외환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이 6월 CPI를 두고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이라 언급하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에 따른 중국 마카오 봉쇄 소식까지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코스피는 0.96% 하락하며 2,317.76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2.12% 급락한 750.78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77% 하락한 데 이어, 중국 상하이종합, 홍콩 항셍, 대만 자취안지수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1~2%씩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