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장 두려운 중국..."개헌은 괴물 풀어주는 꼴" 강력 반발

입력
2022.07.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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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일본 개헌 가능성에 강한 우려감
고위급 조문 외교 펼치는 대만에도 불편한 속내

중국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괴물'에 비유하며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장례식을 계기로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과 대만의 움직임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

개헌은 사람 해치는 괴물 풀어 주는 꼴

중국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2일 공동 사설을 내고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가능한 한 빨리 개헌 발의에 이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소개하며 "실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현재 경기 침체, 물가 폭등, 전염병 확산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개헌이라는 '상자'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며 "오히려 사람을 해치는 '괴물'을 풀어주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개헌은 아시아·태평양 주변국과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일본 내정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일본 헌법 9조는 '전력(군대) 보유'와 '상대국과의 교전(전쟁)'을 금지하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한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등 연합국의 압력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자민당 등 일본 우익은 평화헌법 개정을 숙원사업으로 여겨왔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헌법 개정을 물밑에서 꾸준히 추진해 왔다.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개헌을 주장해온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헌법 개정 움직임에는 탄력이 붙은 상황이다. 과거 개헌에 부정적이던 일본 여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사회 분위기 변화에 개헌 찬성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미일 동맹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개헌 움직임이 반가울 리 없다. 관영 언론이 개헌을 '괴물'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 개헌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평화적 발전의 길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며 우려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 2인자 조문 사절 보내...中 반발할 듯

중국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을 계기로 가까워지고 있는 대만과 일본의 관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시진핑 국가주석 개인 명의로 위로 전문을 보냈지만,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파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만은 정부 내 2인자 격인 라이칭더 부총통을 조문 사절로 보내 양국 간 우의를 과시했다. 대만이 일본에 고위 정부 인사를 파견한 것은 1972년 중국과의 수교에 따른 일본과의 '단교' 이후 50년 만이다.

11일 아베 전 총리의 도쿄 자택을 방문해 유족을 만난 라이 부총통은 12일 도쿄 미나토구의 사찰 '조조지'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대만 각 정부 기관과 공립학교들은 차이잉원 총통의 지시에 따라 11일 조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가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이 일본과 대만 간 '고위급 조문 외교'에 반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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