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력거래량이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하면서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고,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전력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력거래량은 26만9,432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종전 최고기록이었던 2018년 상반기(26만2,555GWh) 거래량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 수치다. 상·하반기 통틀어도 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하반기(27만7,630GWh)와 2018년 하반기(27만4,506GWh)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보통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7, 8월을 포함한 하반기 전력거래량이 상반기보다 많은데도 올 상반기 전력거래량이 늘어난 건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줄어들면서 산업 분야에서 전기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5, 6월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증가한 것도 작용했다. 5월과 6월 전력거래량은 같은 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더웠다. 이에 따라 7일에는 오후 5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가 9만2,990메가와트(㎿)까지 치솟아 종전 최고치인 2018년 7월 24일 오후 5시의 9만2,478㎿를 뛰어넘었다.
따라서 전력 업계에선 올 하반기 전력거래량도 예년을 웃도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이나 1994년에 버금가는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다음 달 둘째 주의 최대전력 수요를 9만1,700~9만5,700㎿를 예측했지만 한 달 이상 앞서 전망치의 하한선을 넘어선 상태다.
늘어난 전력거래량보다 전력거래금액은 더 증가했다.
상반기 전력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7% 급증한 37조3,492억 원으로 상·하반기 통틀어 압도적 1위다. 반기 기준으로 30조 원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전력도매가격(SMP)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살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SMP는 올해 4월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것이다.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소폭 내리면서 5월엔 140.34원, 6월엔 129.72원으로 하락했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7.4%, 56.1% 높다. SMP 상승은 한전 적자폭을 키웠다.